매일신문

국회 김구선생시해 진상규명 첫소위

4일 오후 백범 김구선생시해 진상규명을 위한 첫회의를 가진 법사위의 진상규명소위(위원장 강신옥)는 백범암살범인 안두희씨(76)를 출석시킨 가운데1시간30분가량의 비공개회의를 통해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는 국회차원의 첫작업에 들어갔으나 안씨의 병세악화로 직접적인 육성증언을 듣지못함에 따라첫단추부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됐다.안씨는 그동안 앓아온 중풍과 실어증, 치매증세가 악화된 가운데 이날 병원입원직전 구급차편으로 국회에 도착, 이동식 침대에 실려 회의장에 나오기는했지만 누운채로 한마디의 증언도 할 수 없는 지경이어서 조사소위는 그에대한 신문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따라 소위는 이날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백범시해진상규명위원회 국민운동본부장인 김석용씨가 안씨를 설득, 92년 6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자신의 심경을 밝힌 카세트테이프 1백21개(1백21시간분량)를 안씨의 부인인 김명희씨를 통해 테이프의 목소리가 안씨가 맞는지, 또 강압에 의한 것은 아닌지만을 확인한후 일단 이를 증거자료로 채택,정밀검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들 테이프에는 안씨가 백범을 암살하기 두달전 포병사격대회에서 1등을 했을때 이례적으로 이승만대통령이 직접 시상해 놀랐다는 내용과 장은산포병사령관이 암살을 지시했다는 것, 조사과정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는 증언등이 포함돼 있으나 자세한 암살배후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강위원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후 기자들에게 "이번 조사는 그동안 민간차원에서 꾸준히 조사해온 백범시해사건을 입법부를 포함한 정부차원에서 공식적인종합 결론을 내는 것으로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하지만 이날 회의상황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너무 늦게 시작된 정부차원조사라는 아쉬움을 떨칠수 없었다. 회의에서 안씨의 부인 김명희씨가 "안씨는몇년전부터 국회에서 부르면 언제든지 나가겠다는 의지를 누누이 밝혀왔었다"고 증언한것은 그같은 아쉬움을 가슴답답함으로 변하게까지 했다. 아직 증인으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회의를 방청하기위해 나온 권중희씨(안씨를 집요하게 추적, 폭행과 회유를 통해 3시간분량의 안씨 증언 비디오 테이프를 소지)는 "어설픈 조사는 결국 면죄부만 주는 꼴"이라며 분노와 우려를 표명하기도했다.

당초 14대국회 들어서자마자 국회조사를위한 특위구성 청원을 제출했던 박명환의원(서울마포갑)측도 "법적으로 문제가 있네, 없네하며 탁상공론만을 거듭하다 사람이 다 죽어가는 이제서야 조사에 나섰는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앞으로 조사소위는 부산 정부기록보관소와 국방부 법무부등에 안씨의 군법회의 판결문등 조사기록일체와 미국, 일본등에도 현지대사관을 통해 관련자료를요청할 예정으로 있다. 하지만 자료유무조차 불확실한 실정이고 보면 성급한예단인지는 모르지만 결국 '안씨의 실어'가 '역사의 실어'로까지 이어질 공산이 짙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