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어리석은 사람들이 산을 옮기다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오래도록 식민지 아래놓였다가 스스로의 힘으로 해방된 민족이라면 누구나가 동감해 온 말일 것이다. 산은 움직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동안은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그러나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그 산은 언젠가는 꼭 옮겨질운명을 맞이하게 된다.강가에 가보면 알게 된다. 그 강이 이루어지기까지 물방울들은 얼마나 먼곳까지 굴러오면서 깊어졌는가를. 그 물방울 하나하나의 묶이는 힘이 없었다면강물은 흘러가는 힘을 얻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산을 옮기고 강을 흐르게 하는 것에서 나는, 지금까지 엄청난 시련을견디면서 오늘 여기까지 민주화를 이루어내고, 삶의 질을 높여온 우리민족의저력을 느낀다. 이 민족에게 비극은 이제 다시 없어야 할 것이고 문병란선생의 노래 '직녀에게'처럼 '우리는 만나야 한다'. 우리에게 다시 한번 비극이찾아온다면 그것은 세계지도위에서 우리 반도가 사라지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신년 초의 뉴스로 여론조사 결과 21세기 초에 통일이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이 제일 많다는 말을 얼핏 들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모든 민족 성원의 가슴속에 통일의 꽃씨를 하나씩 심고 가꾸는 일부터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그것이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 하더라도 꽃씨 하나를 살려내는 것같은 작고 신나는 일에서부터 모두가 함께 시작하지 않으면 그 자체가 또다른 비극의 시작으로 될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통일이 몇몇 사람들이 손잡고 선언문을 읽는 것으로 되기에는 우리 가슴속의염원이 너무 크고 깊다. 우리 모두 신년의 해를 하나씩 품어안듯, 뜨거운 가슴으로 통일의 흙을 한 삽씩 뜨는 것, 그것이 통일을 맞이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되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 가슴에 쳐진 저 분단의 철망을 언제 거두어낼 것인가. 산은, 이미 반쯤 옮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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