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과거화해}아닌 {국민대화합}을

김영삼대통령이 10일 낮 청와대에서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세 전직대통령과오찬을 함께하며 2시간여동안 자리를 같이했다.우리 헌정사에 유례가 없었던 4명의 전.현직 대통령의 회동이었다.이날의 4자회동은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역사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만남은 분명 굴절된 우리 역사를 바로 펴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으로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전.현직대통령간의 회동을 보는 일부의 왜곡된 시각들로 이러한의미가 훼손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먼저 회동을 추진한 청와대조차 스스로 모임의 참뜻을 희석시키고 있다.청와대 일각에서는 이날의 회동으로 과거청산작업이 끝난 것은 절대로 아니라는 점을 지나칠 정도로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문민성과 정통성을 갖춘 김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들먹이며 엉뚱하게 김대통령 치켜세우기에 신경을 쓰기도 했다.이러한 구차한 말들은 반역사성 비정통성의 군사정권과 화해한다는 일부의비판을 모면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문민정부라면 궁색한 주장이나 논리에 매달리기보다는 떳떳한자세를 보여야 한다.

[과거와의 화해가 아니다]고 무조건 몸만 사릴 것이 아니라 [과거청산 못잖게 국민 대화합도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특히 일부에서는 이번 회동이 TK(대구.경북)지역의 정서를 고려한 측면도 없지않다는등 TK배려론까지 펴고 있다.

물론 이들의 시각이 김대통령의 깊은 뜻과는 분명 거리가 있을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이날 회동의 의미에는 아무런 군더더기 말이 필요하지 않다.[신.구정권간의 보복과 역사적 단절로 점철돼온 우리의 잘못된 정치사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의 설명 그것만으로도 역사적 의미는 충분하고 우리 헌정사에 소중한 첫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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