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산업계로 넘어온 성패의 책임

지난해는 계속된 부황에다 세계적 불황마저 겹쳐 우리 산업계에는 참으로 어려운 한해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 3년간 당좌거래 기업체의 10%가까운수의 기업이 부도를 냈으니 그 간의 산업계의 고통이 짐작된다.다행히 금년에는 경기가 호전될 전망이며 특히 미국의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어려운 고비는 지나간 것으로 판단된다. 그간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었던 몇몇 산업분야에서는 최근 수출도 늘고 있어 경기전망을 한층 더 밝게해주고 있다. 외환수지면에서 많기는 1백50억달러의 흑자가 금년에 예상되니벌써부터 환율절상이 논의되는 실정이다.또한 그간 산업활동을 심하게 규제해온 정부가 이를 대폭 완화하기로 하고이를 위한 기구를 설치하겠다하니 기대해볼만하다.

반면 정부는 고통분담을 내세워 물가와 임금의 상승을 동시에 억제해 왔으나작년의 공식 물가상승이 억제선을 넘었고 금년도 연초부터 공공요금의 인상을 시작으로 매우 불안한 출발을 본다. 따라서 그간 경쟁력을 겨우 회복할 수있었던 기업들마저 노임인상폭을 놓고 노사간의 대립이 격화되지나 않을까지극히 염려된다.

이에다가 국제화와 개방체제가 추진되면서 상품시장은 물론 금융 및 기타 서비스부문에서도 이제 우리기업들은 세계적 수준의 능률과 품질일 것은 물론새롭고 특징있는 상품과 서비스여야 비로소 국내외시장에서 경쟁을 벌일 수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금년에 예상되는 경기회복에 대해서 우리기업이 밝은 전망만을 그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즉, 불황을 경험하기 전과 경쟁여건이달라지고 있고, 고객이나 생산기술도 크게 변하고 있음을 인식하지 않으면안될 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한 기업의 생존이 전적으로 자신의 능력과전략에 달려있음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다.

각 기업은 새해의 전략설계를 이미 끝냈을 것이나 이제껏 살아 남았다는 것만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닥쳐오는 환경의 변화는경영과 기술의 혁신을 강요하고 있다. 즉, 세계의 새 고객과 새 경쟁자의 등장에 대해 선수를 치거나 적어도 이들을 잘 지켜보면서 새 제품, 새 기술 새방법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다음과제들에 슬기롭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는 고용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임금인상 요구는 어느정도 불가피 할 것이며 이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경기회복은 구인난을 부채질 할 염려마저있어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성장에 필수요건인 혁신의 체질화이다. 이는 비단 기술면의 혁신만이아니다. 한 기업의 구석구석에서 새롭고 다른 방식과 소재로 특징있는 제품을 만들고 새로운 체제로 관리하는 등 새로운 시도가 있어야 할 것이다.혁신없이는 기업의 수익성은 물론 노사안정을 장기적으로 기할 수도 없을 것이다.

셋째는 국제화의 체질화이다. 개방에 따라 농산물까지도 수입이 허용되는 오늘날 국제화는 국내에서 국제경쟁을 하게되는 것부터 대비해야 할 것이다. 세계의 고객과 경쟁자의 사고와 행위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는 한편 국제적인 상거래상의 규칙과 관행에 맞추어 기업을 운영하여야 할 것이다.끝으로 정보소화내력의 배양이다. 혁신도 국제화도 정보소화능력에 크게 의존하게 되는 현실에서 세계에서 신속히 또 값싸게 얻을 수 있는 정보자료를기업은 가공해서 필요한 지식과 지혜로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지식.지혜화 과정의 오늘의 기업성패의 열쇠가 됨을 인식해야 한다.이런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 기업에 금년은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음을인식하고 경영자들이 과거와는 다른 방식과 내용으로 새해의 설계를 하기를기대하는 바이다.

황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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