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팽개쳐진 보건...소독은 남의일

영일군 청하면 서정2리 주민들은 지난 연초 때아닌 식수소동을 한바탕 치렀다. 같은 간이상수도를 사용하는 인근 상대, 하대, 필화리 마을사람들도 마찬가지의 고통에 시달렸다. 한 겨울 이 식수소동은 한 외지온천업자가 이들 5천여주민들이 상수원으로 이용하는 서정리 소하천을 마구 들쑤셔 일어났다.지난 연말부터 온천수맥을 찾는다며 식수원상류지역 곳곳을 뚫는 바람에 수돗물이 흙탕물과 석유냄새로 뒤범벅, 일대 주민들은 일주일이상 소방차 비상급수로 식수를 해결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던 것.지난 72년 수원이 부족한 마을뒷산 계곡에 상수원을 잘못 마련한 탓에 우수기가 아니면 간이급수시설이 거의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당국은 신경을 안쓴다. 그래서 이곳 54세대 1백60여주민들은 간이급수혜택도 못누리는판이니 오염이나 소독 정수따위의 말은 사치로밖에 들리지않는다고 비아냥을쏟는다.

경북도내는 이같은 간이급수시설이 모두 5천4백50개에 이른다. 상수도 보급률이 55.2%이니 그 나머지는 이런 간이급수나 재래식 우물물인 셈이다.이처럼 낙후한 상수도 보급사정은 시와 군지역을 갈라 놓고 보면 농촌지역은사정이 휠씬 나쁘다. 10개시지역은 상수도 보급률이 90.4%(92년 현재)인데비해 24개군은 평균 31.6%, 시지역의 3분의1수준 혜택만 농촌은 맛보고 있는꼴이다.

그나마 안동, 상주, 영천, 성주, 금릉군 같은 곳은 1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이러한 간이급수시설은 각종 오염에 무방비로 노출, 농촌주민들의 보건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경북도에 의하면 현재 5천4백50개 간이급수시설 가운데 지하수는 3천1백50개,지표수는 9백96개, 용천수는 1천64개, 그리고 복류수가 2백40개이다.따라서 이같은 간이급수원은 도처에 산재한 오염원으로부터 항상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수원의 위치선정 잘못과 관리소홀, 시설의 노후화또한 그 한 원인이다. 오염원은 주로 인근 주민들의 생활하수, 축사에서 흘러나오는 분뇨, 상수원에 스며드는 농약, 행락객들의 쓰레기, 각종 가축및 해충 등등.

일례로 경북경찰청이 최근 2개월간 국토환경오염사범을 단속한 결과 상수도보호구역내 건축폐기물, 폐차버리는 행위등 3백99건을 적발했다.이런 실정이니 연간 2차례의 수질검사에서 음용부적합판정을 받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그래도 농촌주민들은 그 물을 계속 마실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딴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군위군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수질검사에서 군위읍 내량2리 건너마을을 비롯10군데 간이상수도가 대장균등 일반세균 대량 검출로 식수부적합판정을 받았고 그전 상반기에는 11군데가 부적합판정을 받았으나 여전히 그 물을 식수로사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평소에 소독을 자주 할 형편도 못된다.군위군 소보면 신계마을의 경우 지난74년 지원금50만원 자부담 1백만원으로간이급수시설을 설치, 마을자체운영위원회를 구성해 관리, 소독등 운영전반을 꾸려오고 있으나 상주관리는 물론 소독도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란 것. 그런데다 58세대 2백여 주민들은 월 이용료(간이급수시설전기료, 소독비등)가세대당 5천원이상 나와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읍내 상수도사용료보다 더많이 부담하면서 물은 더 나쁜 물을 마신다는 불평인 것이다.이같은 사정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당국이 상수도는 매일 수질을 점검하면서간이급수시설은 운영비보조도 없이 내팽개쳐놓으니 고작 클로르 칼크 정도의소독도 연2회 수질검사시 시늉만 낼 뿐이다.

결국 이용주민들은 오염여부도 알지못한채 평소 간이급수를 마시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농촌지역에도 최근 식수불안이 급증, 물통을 들고 생수를 뜨러가는 모습이 낯설지 않을 정도다.

농촌지역에도 늘고 있는 생수통 행렬을 식수당국은 무심히 보아 넘겨서는 곤란하다. 도시지역이 항상 여론을 들끓게한다해서, 농촌은 목소리가 크지 않다해서 깨끗한 물공급마저 차별을 두는 지금의 행정자세는 분명 오래 끌고 갈일이 아닌 것이다.

상수도 보급률을 조속히 높이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엄청난 소요예산때문에 연차적 투자가 불가피하다면 상수원관리에라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높다. 주변환경변화에 맞춰 10년 20년전에 지정해놓은 수원지보호구역을 조정 확대해야 한다. 늘고있는 오염원에 대응한 수질보호대책이 시급한 것이다.제대로 소독한 물을 마실 수 있게 예산지원 또한 마땅히 따라야 한다.경북도 관계자의 말이다. "간이급수시설이 금년부터 보사부에서 건설부소관으로 넘어가 제 길을 찾아 간만큼 그에 걸맞는 투자가 뒤따라 농어촌도 마음놓고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해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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