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초대석-물오염 권숙표교수에 듣는다

낙동강식수악취사건으로 온나라가 들끓고 있다. 특히 91년 페놀사건이 터진후 3년만에 다시 이같은 충격적인 일이 재발, 낙동강을 끼고 사는 1천만 영남인들을 더욱 격분케 하고 있다.물은 어떤 것에도 비교할수 없는 인간생존의 절대전제이며 최상위개념이다.이것이 무너진다는 것은 상상하기에도 소름이 끼치는 끔찍한 일이다.이번 파동을 계기로 근본원인은 무엇이며 장단기대책은 무엇인가를 우리나라환경오염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권숙표연세대환경공해연구소연구교수(74)로부터 들어본다. 그는 김영삼대통령이 수시로 환경분야를 자문하는 사람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이번사건을 우리나라 환경정책의 획기적 변화의 좋은 기회로삼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오히려 잘 터졌다"고 역설적인 얘기를 꺼냈다.14일 권교수의 연구실에서 가진 일문일답.

-지금 우리나라는 급속한 산업화의 부산물로 생겨난 공장폐수및 생활오수등각종 오염물질로 국토가 썩어들어가고 있고 이는 결국 시민들이 마시는 물을더럽히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진단하고 계십니까.@수질악화의 원인이 오염물질이 마구 버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다소일리가 있지만 정확한 얘기는 아닙니다. 물은 오염된 것을 자정할 능력이 충분히 있어요. 문제는 낙동강에 이를 소화할 물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낙동강은 원래 비가 적어 하천유량이 한정되어있는데다 중간중간에서 공장용수나생활용수로 마구 끌어다 써 매우 심각한 고갈상태를 보여주고 있어요. 그러니까 갈수기에는 강이 바짝 마르는 현상이 일어나요. 이점이 중요합니다. 하천과 유량에 따라서 배출허용기준이 달라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천편일률적으로 똑 같아요. 총량규제를 해야 합니다. 낙동강의 경우는 더욱 기준이 강화되어야 해요. 또 아무리 하수처리장시설을 완벽하게 가동해도 오염처리에는한계가 있는 만큼 강물흐름의 조절을 통해 오염된 수질을 희석시키고 특히 갈수기에는 다른 때보다 더 철저한 감시가 필요한 겁니다.

-낙동강오염의 주범은 금호강의 폐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금호강의 오염은 영천댐건설이후라는 점에 주목해야 돼요. 포철에 공업용수를 공급해야하는 필요성은 인정합니다마는 그러나 이로인해 금호강이 말라버린다는 사실에 대책을 세웠어야 해요. 댐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졌기때문에 결국 금호강의 수질악화는 인재라고 보는게 타당할 것입니다. 또 금호강에 방류되는 염색공단등의 폐수를 처리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도 한 요인일 것으로 봅니다.

-이번에 발암물질인 벤젠이 발견되어 충격을 던져주고 있고 중금속도 체크가되지 않고 있다는데.

@벤젠의 양은 아직은 걱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다만 지금은 조금 나왔지만언젠가 많이 생길가능성도 염두에 둔다면 간단히 지나칠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중금속의 경우도 아직 허용기준을 넘어가지는 않고 있지만 낙동강상류에광산들이 있어 안심할수는 없어요.

-시민들이 마시는 물의 정수과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오염원이 다양해지고 농도도 높아져감에따라 원수를 깨끗이 하는 것은 매우어렵습니다. 이제는 활성탄이나 오존처리등을 통해 고도처리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지않을 경우 장차 이것이 문제가 될것입니다. 결국 귀착점은 돈입니다.과거 부산지역도 이같은 처리를 시도했으나 돈이 너무 많이 들어 포기했지요. 그러나 활성탄재생노력을 기울인다면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습니다.-최근 정부가 신경제5개년계획등을 통해 경제발전우선정책을 취하고 나옴에따라 환경보호분야가 뒷걸음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으며 실제로 환경을 먼저 고려하다가는 경제가 희생된다는 역설적인 얘기도 적잖은 실정인데.@지금 그런 사고 방식이 문제입니다. 요즘 정부에서 기업활성화및 규제완화조치들을 마구 내놓자 환경처가 맥을 못추고 있어요. 허용기준이상으로 배출이 되어도 또 마구잡이로 공장을 지어도 말도 못하고 있어요. 환경정책이 오히려 역행하고 있어요.

이제는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경제는 의미가 없어요. 우선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요. 오염물질을 파렴치하게 배출하다가는 기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어요. 지난번 페놀사건때 두산그룹의 맥주불매운동이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도 낙동강물난리로 물을 끓여 먹을때 사용되는 에너지비용과 생수를 사먹는데 드는 돈이 엄청날 것입니다. 벌써 수도요금 납부거부운동조짐도 있는 것아닙니까.

특히 그린라운드가 코앞에 닥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수출품중에서 폐수처리부담비용이 포함안되면 외국에서 덤핑으로 간주, 그만큼 관세를 물립니다.-이와 관련 기업들이 환경오염처리시설을 제대로 할 경우 원가상승으로 제품가격경쟁력이 현저히 악화될 것이란 얘기도 있는데.

@이것은 기업들의 꾀병으로 봅니다. 이제는 오염배출자부담원칙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제가 조사한 결과 폐수처리시설은 기업생산투자의 2-3%에 불과하고 운영비도 매출액의 1%도 안됩니다. 한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것은 시민들도깨끗한 물을 마시려면 세금을 더물 각오를 해야해요. 자신들은 생활폐수를마구 버리면서 돈 안내고 깨끗한 물을 마시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정부가 모든것을 해주길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수혜자부담원칙도 지켜져야 해요.모두가 고통분담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맑은 강을 만들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뭐니뭐니해도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데.

@우선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강전역에 있어 오염원을 철저히 단속해야 합니다. 모니터링도 확실히 해야합니다. 기업이 전적으로 처리시설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가 기업의 능력이상부분은 지원을 해주어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도 이제는 오염처리 비용을 적극 부담해야 합니다. 세금을 더 거둬시설투자를 해야해요. 중앙정부에 목매달려는 자세는 안됩니다. 당장 정부는태부족한 하수처리장을 더 건설하는게 급선무입니다. 막대한 돈이 들겠지만그것을 아끼려고 하다가 더 큰 화를 당할겁니다.

또 생수판매를 자유화해서 수돗물과 경쟁을 시켜야 해요. 물론 자격이 미달되는 생수는 철저히 단속을 해야 하고요. 그래야 수돗물의 질이 향상됩니다.일본과 프랑스도 생수보다 더 맛있는 수돗물을 선전하고 있지 않습니까.-우리나라는 수질정책이 건설부.환경처.보사부.내무부등으로 4원화되면서 일관성을 잃는등 물관리체계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낙동강 식수오염사건이후 하천관리청을 만들어 일원화된 체계로 운영한다니반갑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학계에서 오래전부터 주장했고 지난번 페놀사건때도 정부대책으로 나왔어요. 잘 실천될지 두고볼 일입니다. 어쨌든 수질관리의 일원화를통해 댐공사와 오염원및 유량조절 그리고 사용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움직여야 합니다.

-외국에도 검은폐수로 오염된 강을 살린 경우가 적잖은데 사례를 좀 소개해주시죠.

@런던을 관통하는 템즈강이 대표적인 케이스이죠. 썩은 물을 희석시키는 댐을 건설, 오염원을 철저히 단속하는 한편 강밑의 퇴적물을 긁어내는등 1900년초부터 최근까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지금은 낚시를 할 정도입니다.미국의 미시시피강도 좋은 예입니다. 장장 5천km의 길이를 가진 이강은 하류에서는 그야말로 폐수가 넘쳐 흘렀죠. 특히 하구에 놓여 있는 뉴올리언즈라는도시에서는 60년대중반쯤 암환자가 많이 발생했죠. 그래서 오염원을 제공한기업들을 엄하게 다스린 결과 지금은 맑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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