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도 땅도 하늘도...병든국토 살릴수 없나

달성군 다사면. 이곳에서는 {정상}상태라면 필요없을 공사가 8년간이나 계속됐다. 그것도 54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들여서.이름하여 다사지구농업용수개발사업.

정말 물이 없어서일까. 천만에다. 이곳은 금호강에 인접해 수량만큼은 풍부한 곳. 그런데도 그 엄청난 돈이 투입돼야했던 것은 바로 그동안 쓰던 농업용물이 오염됐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오염됐길래 농사짓는데 새로 물을 구해 들여야 했을까. BOD가 무려 80ppm. 농업용수 허용기준 8ppm의 10배였다.이곳에 오염이 심해진 것은 70년대 이후 비산염색공단이 들어서는등 대구가급속히 비대화, 산업화되면서부터였다. 공장폐수는 물론이고 생활폐수까지급증하니 그 하류에 있는 이지역이 탁해질 것은 뻔했다.

그 결과 80년대 들면서 벼 묘판이 30%나 녹아 폐사되는 사태가 매년 되풀이됐다. 벼에 병해가 만연되는 것도 마찬가지. 논일을 한 농부들이 팔다리 가려움증등 피부병에 시달리는 현상도 갈수록 짙어갔다.

이렇게 사태가 악화되자 84년도에 학계 조사가 시작됐다. 결과, 여기서 생산된 쌀등 농산물엔 다른지역 산물에서보다 최고18배나 중금속이 많이 들어있음이 밝혀졌다. 주민들의 몸속에서도 문제가 확인됐다. 핏속 카드뮴 농도가 일반의 2배, 망간이 3배나 된다는 것이었다.

농업용 물의 오염이 어떻게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고 그 규모가 어떤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충격을 받은 주민들이 들고 일어난 성과가 새농업용수 개발이었다. 85년도에주민들이 {다사지구 오염대책위}를 구성한 것이다.

1천여농가 5백44정보(1백60만평)가 피해 면적. 이 들에 새물을 끌어대기 위해서는 산도 뚫어야 하고 송수관을 20.4km나 설치해야 되기도 했다. 그리고도8년의 세월이 또 필요했다. 86년에 시작한 일이 93년말에야 대충 마무리 됐던 것이다.

투입된 공사비 54억원 중에는 대구시가 부담한 10억원도 들어있어서 눈길이간다. 실제 어떤 이유때문에 그렇게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폐수배출원인 대구시가 보상을 한 형태로 쉽게 추정이 간다.

[다사들은 그런대로 해결이 됐습니다. 그러나 다른 곳도 문제가 많지요. 성서 강창교옆에서 퍼올리는 일대 호림들 물도 오염이 심합니다. 화원양수장을통해 화원읍 구라들에 공급되는 물도 마찬가지지요. 봉무양수장에서 불로동단산지로 퍼올려져 대구 용계들에 보내지는 물도 그렇습니다]달성농지개량조합 관계자는 다사들 농업용수가 오염에서 극치를 보이긴 했지만 전부는 아니라고 했다. 꺼멓고 기름이 둥둥 뜨는 물로 벼를 키우는 곳이더 있다는 얘기이다.

이렇게 농업용 물 오염이 심각하지만 정부차원의 치밀한 조사 결과 하나 제대로 나와있는게 없는 듯하다. 지난 87년도에 환경청이 86년중 전국농업용수오염도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고, 89년도에 농업진흥청.농업진흥공사등에서 각각 발표한게 눈에 띌 정도이다.

5년전의 농진청 발표 전국 농업용물 오염도 조사결과에 의하면 오염된 물로농사짓는 논은 수리안전답(농개조에서 물을 공급하는 논)의 무려 7.4%. 면적으로는 3만6천4백여 정보. 전국 모든 논의 3%에 가까운 면적인 셈이다. 그중낙동강.금호강 주변 것이 1만2천6백여정보로 전체 오염물 사용지역의 35%를차지했다.

그러나 같은해 농업진흥공사가 발표한 오염수치는 그보다도 훨씬 높게 나타나 있다. 농진공에서는 전국10대하천 유역 논만을 조사대상으로 했는데도 4만4천7백여정보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전국 논면적의 3.5%에 이르는 규모이다.이때 대구인근 지역 중에서는 달성군의 1천6백여정보, 고령지역의 1백15정보가 오염된 물로 농사짓는다고 발표되기도 했다.

여기에 나타나는 달성면적은 이번에 공사가 끝난 다사지구의 3배. 오염이 이것 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대책없이 방치되고 있는 면적이 더 많다는얘기일 터이다.

또 지금까지 얘기돼온 것은 그야말로 구조적인 오염일뿐이다. 그외에도 사고적 성격의 농업용수 오염 사례도 숱하다. 81년도엔 영덕에서 통조림공장 폐수가 방류돼 못자리가 녹는 사고가 있었으며 같은해 경남 울산 등에서는 벙커C유가 논밭5만평을 버려놓기도 했었다. 84년도엔 영천에서 엿공장 폐엿기름 오염사고가 있었으며 86년도엔 경산서 고속도로 휴게소 폐수사고가 일어났었다.광산인접토지 농업용수의 카드뮴등 중금속 오염 케이스는 고질적이다. 90년도 경우 도축장폐수사건이 의성서 불거지기도 했다. 통조림공장.벙커C유.엿공장.고속도로휴게소.광산.도축장.축산단지|주위에 오염요인들이 너무도 많음이금방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면 이같은 농업용 물 오염에는 누가 관심을 가져야 할까. 흔히 도시민들은 그걸 농민의 몫이라 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바로 도시민 자신에게 더 크게 느껴져야할 문제가 이 농업용 물 오염이라는게더 맞을 것이다. 농업의 열매를 소비하는 대부분 사람이 사실은 도시민이기때문이다.

오염문제가 최근들어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곰곰 생각하면 그게사람을 해칠수 있는 경로는 물이거나 음식, 아니면 공기등 셋일수 밖에 없다.그리고 그중에서 음식이 바로 농업용수 오염과 직결된 대목이다. 농업용수에 녹아있던 오염물질이 식물에 흡수되고, 그게 바로 사람에게 전달되거나 다른 동물이라는 중간 숙주를 한차례 더 거친뒤 사람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이러한 사실은 농업용수 오염문제에 식수 못지않은 관심이 두어져야 함을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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