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인재...사수파동

김영삼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인재라고 할수 밖에 없는 대형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비록 인명피해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번에 부산과경남일대에서 터진 이른바 {악취나는 낙동강 식수파동}도 이미 예견되었던 인재라는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고,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겪은 고충.경악.분노를따져볼때도 가장 큰 대형사고임에 틀림없다. 더욱이나 불과 3년전에 일어났던 대구의 {페놀 섞인 식수파동}을 돌이켜 보면 그동안 당국의 식수대책이 얼마나 국민을 우롱하고 있었나를 한눈에 알수있다. 쌀시장 개방전략에서도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대로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요란하게 터뜨리는 당국의 숱한 임시방편책들조차 한낱 구두선에 지나지 않음을 이제 전국민들은 새삼스럽게 통절히 깨닫고 스스로 살길을 찾기위해 모진 다짐을 해야할 시점에 온 것같다.썩어가는 하천에 원인 누구나 알듯이 이번의 낙동강 식수파동은 오래전부터그 심각도가 가장 막심했던 공해중 하나인 {썩어가는 하천}에 그 원인이 있다.물론 자연환경의 이런 전면적인 파괴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당하고 있는문제도 아니며, 오늘의 세기말 문명이 자업자득으로 짊어진 전지구적인 멍에이자 몹쓸 질환이기도 하다. 그렇긴해도 우리의 자연훼손과 공해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위험수위에 와있는 주된 원인은 크게는 당국의 무지막지한 개발정책과 환경보전책에의 태무심 때문이고, 작게는 공해업체및 그 개인에 대한 전국민적인 감시체제나 억압장치를 철저히 마련하지 못한 탓이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도 우리의 생존환경 자체는 오래전부터 잠복기가 긴 중병을 앓고 있었던 셈이며, 우리는 누구나 한때 유행했던 호열과 같은 무서운 전염병보다 더심각한 공해병에 거의 무방비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형편이다.황무지화 가속 한편으로 우리의 풍속이랄지 전국민의 평균치 교양 정도도 공해 나아가서 오늘의 낙동강 식수파동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제 우리는 누구나 그 편리성에 손쉽게 길들여져서 현대문명의 온갖 찌꺼기들, 예컨대 텔리비전.냉장고 같은 비내구성 소비재는 말할 것도 없고, 불요불급한 향락재일수 밖에 없는 숱한 비닐 포장 상품과 캔류제품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이런오물들은 결국 척박하기 이를데 없는 우리의 산천경개의 황무지화에 가속도를 붙여갈 뿐이다. 이제 우리에게 즐길만한 경관이 없다는 말은 과장이겠으나,오물없는 산천이 없어진지는 오래다. 이러고서도 스키로, 골프로, 등산으로,낚시로, 해수욕으로 자연을 즐기겠다는 우리 사회의 만연한 찰나적 행락 풍조는 인재를 자초하겠다는, 썩은 물을 마시겠다는 시위에 다름아니다.좀 역설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지금보다 못 살아야 하고, 불요불급한 소비재물가는 더 비싸져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끝없는 풍요의 물결에 자연이 몸살을 앓아 그 홍역을 사람에게 떠넘기고 있고, 이처럼 훼손된 생존환경을 회복시키려면 어차피 또다른 비싼 비용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허황된 구호 지금 정부와 민간기업들이 앞다투어 {세계화.미래화}를 부르짖고있지만, 이 거창한 구호도 결국은 {세계시민으로서 건강하고 건전하게 살자}는 수단일뿐이다. 전국민의 식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주제에 {무한경쟁시대를 열어가자}는 구호야말로 얼마나 허황한가. 인재가 언제 터질지 알수 없는 사회는 바람직한 공동체사회를 만들 소지조차 없다. 마찬가지로 인재를 사람의 노력과 성의로 사전에 막을 수 없는 사회는 {동물의 왕국}이나 다를바 없다.

정부의 일차적인 의무는 전국민이 다같이 더 잘살기보다도 {마음 편하게 살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해를 조장하는 모든 시책과 제도는과감히 정비하고, 우리의 들뜬 소비지향적 풍속은 철저히 교화, 억압시켜가야 할 것이다.

김원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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