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활하는 새 3

그러나 동유가 한층 놀라웠던 것은, 얼마 후 그때 일을 고맙다 인사하며 자리에서 일어설때 하던 말이었다.[참, 그 옷을 주시겠어요. 이제 날씨가 쌀쌀해져 입어야거든요. 시시콜콜 챙겨서 죄송해요]

[네? 옷이라뇨?]

동유는 전에 공원에서 팔꿈치 상처를 닦아준 손수건을 잘못 말한게 아닌가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은 너무나 소스라칠 만한 것이었다.[지난 달에, 가린산에서 새벽에 아저씨를 덮어드린 옷 말이에요][아니, 그것을 어떻게 아셨어요?]

그의 놀람은 전혀 엉뚱한 쪽이었다. 그때 그를 덮어준 사람이 의혜임을 짐작도 못한 터였기 때문이었다.

[어머? 모르셨나보다. 부산에서 온 사촌 오빠랑 동틀무렵에 가린산을 올랐지요. 정상의 까치바위로 가려는데 거기 아저씨가 쓰러져 있었어요. 몇번 흔들어 깨우다 술에 취해 그런걸 알고는 쌀쌀한 아침이라 옷만 덮어드렸지요. 전혀 기억이 안나시나보죠?]

[아......]

아, 그랬었구나. 그때 잠시 깨어나 숙취 중에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받으며 알수없는 열정에 휩싸여 바이올린을 켰을때 먼 발치에 한 여인이 서 있었지 않았던가. 너무나 아름다워 숙취나 격정으로 인한 환상인가 싶었었다. 그리고점심절에 다시 깨어나 가슴에 덮여있는 낯선 스웨터를 발견하고 거기서 아늑한 여인의 향기를 맡았지 않았던가. 그후 얼마동안이나 아침의 그 환상을 좇아 자신의 음악적 혼(혼)이 방황을 하였던가. 그것이 바로 의혜가 다녀간 흔적 때문이었다니.......

동유는 간신히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서랍장에서 옷을 꺼내 의혜에게 넘겨주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의혜가 다녀가고 빈방에 혼자 남은 동유는 전혀뜻밖의 감정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의혜에 대한 열망과 그녀와같은 결고운 삶을 향한 사무침이 끓어오를 줄 알았으나 그게 아니었다. 어찌보면 처연하다 싶도록 그의 오관(오관)이 가라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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