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럽5개국 부패와의 전쟁

**전문**전세계에 걸쳐 그 어느때보다 개혁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등이 개혁작업으로 정치 지각 변화를 맞고 있고, 유럽에서는이태리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 역시 기득 정당들이 개혁 캠페인의 직격탄을 맞아 경제와 정치 사의의 끈을 끊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편집자주**

현재 유럽 각국에서는 그 어느때보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한 개혁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최근까지 유럽에서 정치인들이 사기업은 물론 국영기업의 고위직을 갖는 것은 당연시 되어 왔다. 정치인들은 자금줄인 주요기업에대한 영향력 유지와 퇴임후 자리를 확보할 수 있고, 기업으로서는 단단한 방패를 갖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경유착이 장기화되면서 미처 예상치못했던 부작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비전문 경영인들이 내린 이익보다 정치변수가 우선된 결정들은 이들이 책임지고 있는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극히악화시키고 말았기 때문이다. 또 정치자금 조달을 위한 정계와 기업들의 무리한 노력은 사회전체를 극심한 부패로 몰아넣어 사회 계층간의 갈등은 물론,나라 전체를 분열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같은 상황으로 인해 유럽각국의 정치인들은 더이상 과거처럼 표면적 변화만으로는 노도와 같은 국민들의 개혁 열화를 잠재울수 없게 되었다.

가족과 집안등 혈연관계를 비롯해 사회 관계를 중요시하는 전통을 가진 이태리의 정계와 경제계는 '실과 바늘'에 비유될만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그러나 정경유착으로 인한 부패 스캔들이 아주 우연한 기회에 발견되면서 정계는 물론 이태리 사회전체를 흔들어 놓고있다. 수개월전 밀라노시의 사회당간부 한명이 뇌물로 받은 4천달러(한화 약3백20만원)를 화장실 변기속에 넣어 증거를 없애려다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과거 같으면 쉽게 넘어갈만한이사건은 부패에 질린 국민들의 열화와 정치인들간의 세력다툼으로 인해 증폭되었고, 이 사건을 시발로 수백명에 달하는 정치인들과 주요기업인들이 부패에 직접 연루된 경악할만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간 대부분의 이태리 기업들은 정부가 발주하는 공공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선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주는것을 당연시 해온 분위기였다. 뇌물은 수주에 가장 정확한 결과를 보장하는 제출 자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망있는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이 부패에 직접 연루되어 있을지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전직장관인 지안 프랑꼬 치아우로시는 이에 대해 "여당 정치인들이 당의 정치자금을 조달한다는 미명아래 벌인 부패의 극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벌어진 이태리의 상황을 살펴보면 부패는 여당 정치인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여야정치인은 물론 사회전체가 부패에 심각하게 물들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태리 법률은 정치인들이 사기업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금하지 않고있는 반면, 공기업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금하고있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공기업 경영 참여 금지는 법조항일뿐 현실은 여당의사적 령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다. 한국의 경총에 해당하는 꼰핀두스티리아의 책임자인 스테파노 미꼬시는 이같은 문제에 대해, 법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법을 준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은당장 국영기업들을 총괄하는 지주회사인 IRI그룹에서도 찾아볼수 있다. 법적으로는 정치로부터 독립이 보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정치와 뗄래야 뗄수없는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깨끗한 손'개혁 캠페인이 이태리전역을 강하게 몰아치면서 프랑꼬 노빌리 IRI그룹 회장이 불법 정치자금 조달 스캔들의 직격탄을 맞은 사실에서도 알수있다.

그동안 이태리 정치인들은 법망을 교묘히 피해 나갈 수 있었다. 이들은 국영기업의 경영을 감독하는 주요 정부부처들을 통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국영기업을 감사하고 부정을 바로잡을 검찰마저도 지난 수년간 정치 관련 범죄에 대한 조사를 막을 수 있는 힘을 가진 인물들에 의해 통제되어왔다. 그러나 정당들과 희생자 사이의 공모체제가 무너짐에 따라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것과 같은 부패 사슬은 막을 내리고 말았다. 또 아이로니컬하게도 경영 악화로 기업들이 더이상 정치상납을 할만한 돈이 남아있지 않은 것도 정경유착의 고리를 자동적으로 끊어지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깨끗한 손}개혁 캠페인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내면서 앞장서 여당 정치인들의 정치자금을 조달하려던 이태리 기업들의 움직임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개혁 캠페인을 통해 이미 수백명에 달하는 유명한 기업인들이 체포되었기때문이다. 그러나 '깨끗한 손'캠페인이 순탄대로를 나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기존 기득권층들은 개혁 캠페인의 지나친 사정작업이 이태리 국가 이미지에 커다란 손실을 주고 있다며 이만 중단하자며 조직적인 방해를 놓고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이태리의 정경유착으로 인한 총체적 부패는 기득권층마저도안주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다.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으로 집권 연정이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유권자들을 극좌나 극우 정당들로 분열시키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혁의지가 상대적으로 강한 이들 급진 정당중 하나가 차기 집권당이 될것이 확실해져가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상황을볼때 어쩌면 이태리 사회 곳곳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불로소득을 향유하고있던 기득권층들이야말로 자신들이 벌여놓은 정경 유착과 부패의 최대 희생자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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