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쪽 지자제 (3)-애매한 권한배분

"업무를 처리하다보면 무엇이 기관위임사무고 무엇이 단체위임사무인지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고유사무와의 구분도 마찬가지구요"시도와 시군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푸념이다. 공무원들의 이같은 불평은 중앙정부와 광역및 기초자치단체간의 권한배분과 사무분담이 명확하지 않다는것을 지적한 것.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처리하기 어려운 사안에 부딪치면 으레 "상부기관에 알아보라"며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다. 시도의회와시군의회가 열려 지방의원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집행부에 대책을 촉구하거나추궁할 때마다 나오는 답변도 붕어빵 찍어내듯 똑같다. 지방의원들이 들을수 있는 대답은 "검토하겠다" "중앙정부에 건의하겠다"뿐이다. 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이 두마디면 모든 질문에 대처할 수 있다. 주어진 권한이 없으니 책임도 지지않겠다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로 권한을 대폭 이양하고 있지않으냐고 물으면 대부분의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입을 다무는 것으로 불만을 대신 표현한다. 입을 열어도 구체적인 사항은 말하지 않는다. 기껏 말해야 "권한은 주지 않고 책임만묻는다"거나 "돈(?)되는 것은 자기들(중앙부처)이 챙기고 일만 떠넘긴다"는정도다.

중앙정부의 권한배분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데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사이의 사무분담도 그 한계가 흐린 상태다. 현행 우리 지방자치법은광역과 기초자치단체간의 사무분담기준을 규정해놓고 있기는 하다.그러나 시.도사무와 시.군.자치구 사무의 구분과 경계는 아주 애매하다. 주민복지에 관한 사업에서 시.도사무는 *주민복지 증진 및 주민보건향상을 위한종합계획수립과 지원 *시.군.자치구에 공통되는 복지업무의 연계.조정.지도및 조언으로 규정돼있는 반면 시.군.자치구사무는 *주민복지 증진사업계획의수립 시행 *시.군.자치구 단위 주민복지시설의 운영.지원등으로 돼 있다.얼핏 보면 시.도 사무와 시.군.자치구 사무에서 별다른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굳이 차이점을 찾는다면 시.도사무에서 '지원' '조정' '지도' '감독' '조언'등의 용어가 첨가돼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시.도사무와 시.군.자치구 사무는 상당한 항목에 걸쳐 이처럼 중복돼 있다.

자치단체장선거가 실시된 뒤에도 시.도가 시.군.자치구의 사무에 대해서 '지도' '감독'이 가능할까. 민선 시도지사가 민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지도.감독을 빌미로 시.군.자치구 사무에 간여하려할때 참고 있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단체장선거 실시전에 시.도가 갖고 있는 시.군.자치구에 대한 지도.감독 기능을 폐기해야한다. 시.도의 지도, 감독기능이 없어지면 비대한 시.도기구와 인력을 크게 감축할 수 있어 '작은 지방 정부'실현이 가능해진다.그리고 광역및 기초자치단체간의 사무도 명확히 구분해야한다. 만약 현행 지방자치법대로 시.도사무와 시.군.자치구사무를 나눈다면 민선 단체장을 선출한 뒤 시.도와 시.군.자치구간에 마찰이 끊이지 않게될 것이다.영국의 경우 광역(중간)과 기초자치단체간의 사무분담이 명확하다. 광역자치단체는 기초자치단체가 처리할 수 없는 지역경제및 도로, 통신망등의 분야를맡고 기초자치단체는 주민생활과 밀접한 주택, 레저, 주민복지, 도서관, 교육문제등을 취급하도록 해 광역과 기초자치단체간의 마찰소지가 생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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