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럽5개국 부패와의 전쟁

최근까지 프랑스와 독일은 EU(유럽연합)를 이끄는 주도국답게 다른 회원국들보다 안정된 정치와 높은경제 성장률을 유지해왔다. 그리고 정경유착으로 인한 부패 역시 이태리와 역내 후진 회원국들에 비해 적은편이었다. 그러나 지난 3-4년 동안 계속된 심각한 불황등 영향으로 프랑스와 독일도 정경유착으로인한 부작용의 폐해로부터 예외일수는 없다는 여론이 점차 강하게 일고있다.정경유착의 정도가 점차 심각해 지고있기 때문이다.프랑스는 법으로 국회의원의 공기업 경영 참여를 금하고 있다. 그러나 의원못지않은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있는 내각의 고문들은 이 법률에서 제외되고있다. 이들은 법적으로 의원도 공무원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 개각 전후로 국영기업체 장들이 대거 물갈이 되는데 현직에서 물러나는각료들이나 측근들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이같은 관례 때문에 정계와 공기업들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말 국영 프랑스 항공사의 대규모 파업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자끄 아딸리 전사장이 미테랑 대통령의 가까운 측근이었던 예를 살펴볼때 불정계와 공기업간의 밀착 정도를 쉽게 알수있게 하고있다. 또 프랑스 최대 보험회사인 UAP사의 프리드만 신임 사장 역시 우파의강력한 대통령 후보인 자끄 시락 파리시장의 고문이며, 에드와르드 발라뒤르현총리의 측근이기도 하다. 이는 마치 여야가 주요 국영기업 장자리를 사이좋게 나눠먹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의원들의 겸직 금지 법률은 이들의 사기업 참여까지는 막고 있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의원들의 과거 생업마저 참여하지 말라고 막을수는 없지만,최근 프랑스의 유명한 기업가인 베르나르드 타피 의원이 오직 혐의로 청문회에 소환되면서 의원의 사기업 경영 참여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증대되고 있다.베르나르드 타피 의원은 부가 세습 되는 프랑스에서 무일푼에서 프랑스 최대의 기업가로 성공한 경력때문에 일반 국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왔다. 또타피 의원은 정치감각마저 뛰어나 사회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되어왔다. 그러나 타피의원은 소유 기업들에 대한 부패 혐의가 확대되자 자진해서 청문회에 나섰다. 하지만 국민들의 커다란 관심속에서 벌어진 이 청문회는애매한 결론과 함께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프랑스에서 이같은 결과는 결코타피 의원의 경우가 처음은 아니다. 프랑스 최대의 군수산업체인 다소사의사장인 올리비에 다소시 역시 정부계약 수주와 관련해 청문회를 받은 경험이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청문회에서 결정된 조사는 여당이 통제하고 있는 헌법위원회에 의해 부결되었다. 미테랑 대통령의 집권이 장기화되면서 정치인과관련된 오직 사건이 곳곳에서 터져나오자,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만 기업경쟁력을 지킬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능률성으로 유명한 독일도 정계와 기업간의 밀접한 관계 때문에 고민에 빠져있다. 기업이 기업인들보다 정치인들에 의해 운영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정치인들의 기업 참여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독일 국민들은 지난 수십년간정치인들의 공기업 참여를 그리 크게 문제 삼지 않아왔다. 이는 '미트 베스티문크'(공동참여 결성) 원칙하에 정치인들의 참모들을 공기업의 경영진으로앉히는 것을 경제체제의 일부분으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관례로 인한 비전문 경영인들의 폐습이 점차 커져가면서 정경유착에 대한 비난이 거세계 일고 있다. 현재 독일 공기업들은 국내 총생산의50%를 맡고 있는데, 만약 정경유착으로 인한 폐해 때문에 공기업들이 이태리와 비슷한 상황을 맞이할 경우 독일 경제도 무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독일의 경우엔 정치인들이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앞장서서 정경유착의 폐습을 막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독일 정부내의 대표적 개혁주의자인킨터 렉스로트 경제장관은 93년초에 취임하자마자 국영기업에 참여하고 있는정치인들의 퇴진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독일정부 역시 국영기업들의 민영화를 서두르고 있다. 현재 독일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민영화가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정치인들이 공기업 경영에 참여하던 관례는 자연스럽게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와 독일의 정경유착으로 인한 폐해를 살펴볼때 이태리와는 사뭇 다른양상을 발견할 수 있다. 이태리 정치인들이 어쩔수 없이 개혁에 참여하고 있는 반면 프랑스와 독일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여론을 읽고 오히려 개혁작업의선두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이같은 국민들과 정치인들의 적극적인 개혁 참여 의지로 인해 이태리처럼 홍역을 치르지 않고도 순조롭게 사회의 비능률과 부패들을 제거해 나가면서 EU의 주도국 자리를 더욱 확고히 지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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