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승진과 보직

해가 바뀌면 각 직장마다 승진을 하거나 새로이 보직을 맡는 사람이 많다.송나라때 구양수는 그의 주금당기에서 말하기를 {관로에 나가 장상에 이르고부귀를 누리며 고향에 돌아오는 것은 사람마다 바라는 것이요, 예나 지금이나 같다}고 한 것을 보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돌아보기 앞서 보직을 맡거나승진하는 것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보직을 맡거나 승진을하게 되었을때 나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할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양보나 사양을 하려고 하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지난날 우리들에게 궁중무용인 정세를 가르쳐 준 분이 계신데 이분이 바로김보남 선생이었다. 선생은 전무후무한 당대의 명무로 국립국악원의 국악사로계셨는데 그 흔치 않은 승진과 더불어 보직을 맡을 기회가 주어져 시험에만응시하면 지금의 사무관급인 장악과장의 자리는 떼놓은 당상이었다. 그러나이분은 상사의 권유에 못이겨 할수없이 시험에 응시하기는 하였으나 주위의동료나 후배에게 양보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시험문제는 간단한 {국악과 무용에 관하여 논하라}는 것이었는데 지금 우리가 보아도 형식적인 시험인것을 잘 알수 있다. 그런데 이분의 답안은 그야말로 간단명료한 {불가분의 관계}라는 6자뿐이었다. 물론 시험에 낙방하였고1964년 53세를 일기로 작고하였다. 노자에 이르기를 상선은 물과 같은 것으로만물에 많은 이득을 주면서 다투지 않고 낮은 곳으로만 간다(상선야수수선이만물이부쟁)고 하였으니 승진이나 보직, 선거등에서 과열과 반목의 양상을 보이는 이 시대에 우리는 다시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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