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칼럼-당시 현지감상

남경의 유서깊은 {지질학 고생물학 연구소}는 계명사 구내에 있고 언덕에 그절의 높다란 탑이 솟아 있다. 연구소의 동양최대를 자랑하는 고생물학 도서관에서 문헌을 뒤진 뒤 나의 발길은 저절로 사탑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언덕에 오르니 북으로 현무호의 장관이 있고 그 너머 도도한 양자강이흐르고 멀리 북동쪽에 양주(양주) 땅이 보인다. 잠시 눈을 감으니 양자강 상류의 무한(무한)시와 내 일찍이 들렀던 황학루가 떠오른다.당대의 시인 이태백(A.D.701-762)은 황학루에 올라 양자강이 흐르는 쪽으로그의 벗 맹호연을 떠나보내며 읊었다. {벗이 서녘으로 황학루를 멀리 하고/안개 낀 삼월 양주땅으로 내려 가는데/ 외로운 돛단배 먼 그림자 푸른 하늘에 묻히고/ 오직 보이나니 장강 하늘 끝에 흐르는 것이(고인사서황계루/ 인화삼월하양주/고범원경벽공진/ 추견장강천제류)} 시의 장강이 곧 양자강임은 중국인들이 양자강을 그렇게 부르기 때문이다. 나는 딸을 시집보낼 때 이태백의 이 시를 액자에 넣어 선물한 일이 있기로 이 시편은 나에게는 더욱 각별한 것이 되어 있다.**문학의 오묘함**

이 문학이 있어 비로소 계명사 언덕의 나의 망막에 여러 지점의 물체와 자연이 하나로 엮이어 정겨운 것으로 통합되는 것이니 나말고도 만인에게 그러할진대 문학이란 이토록 오묘한 것이 아닌가!

문학의 묘미는 이태백과 동시대 사람 장계(A.D.702-756)의 시 {풍교야박에서 더욱 드러난다. 소주의 한산사에 관한 이 시는 시인이 과거 시험에 실패하고 고향에 돌아와 그 우수를 읊은 것이기도 하다. {달 기울고 까마귀 울어온 하늘에 서릿발/ 냇가 단풍 아래 고깃배의 등불 보며 수심에 조는데/ 소주고을 고소성 밖에 자리잡은 한산사/ 문득 야반 종소리 나그네 뱃전에 울려오네(월락조제상만천/ 강풍어화대실면/ 고소성하한산사/야반동성치객선)}내 일찍이 이 시를 읽었을 때는 푸른 강물이 흐르는 절벽 위에 자리잡은한산사의 종소리를 들으며 수심에 찬 나그네가 졸고 있는 광경을 상상했었다.그러나 이번 남경갔다 오는 길에 소주에 들러 한산사를 보았을 때 꿈은 산산이 깨졌다. 절은 평지에 있고 강물은 초라한 운하의 더러운 물일 뿐이다.내가 지금까지 시의 매력에 속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절 옆에는 높다란 돌다리가 있어 저것이 {풍교야박}의 풍교(단풍나무가 있는 다리) 이려니생각됐다. 절과 주위 풍경을 끌어당겨 우수와 감상을 버물러서 나름대로의한산사로 살려낸 시인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산과 습득의 시**

한산사는 6세기초에 세워진 절이니 당나라 때부터 지금까지 1천5백년의 역사를 가졌다. 당대의 승려시인인 두 사람, 한산과 습득이 이 절에 있었기로 한산사라 불리게 되었다한다. 어린 습득은 이름 그대로 거리의 고아로 발견되어 마침내 한산과 절친한 벗으로 일생을 살았기로 중국인들은 이 두 사람을 우정의상징으로 받들고 있다. 절에는 시인 장계가듣던 종소리나 그 범종뿐 아니고본래 있던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으나 한산과 습득의 시는 359여수가 남아 사람들에게 지혜를 일깨우고 있다.

{붓글씨 척척 잘 쓰고/ 육체미 뛰어나도/ 삶에 한정 있는 몸이요/ 죽어서 이름없는 귀신/ 옛부터 허다히 그러했으니/ 싸우고 다투는 것 무엇때문인가/ 흰구름 속으로 오려무나/ 내 그대에게 신선 노래 가르치리라(모필태종횡/ 진재극괴위/ 생위유한신/ 사작무명귀/ 자고여차다/ 군영쟁재하/하래백운리/ 교치자지가)}. 한산의 시다.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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