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자 가급적 회기처리 선회 배경

정치관계법의 임시국회 처리를 강조해온 민자당이 21일 {가급적 처리}로 한발 물러섰다.이런 궤도수정은 금영삼대통령이 정치관계법을 임시국회 회기중 {반드시}처리할 것을 강조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가급적 처리}는 임시국회 회기중 처리에 최선을 다하되 정 안되면 시한을넘겨도 무방하다는 것으로 받아 들여지기 때문이다.

물론 당직자들은 이러한 시각에 대해 [결코 그렇지 않다]고 펄쩍 뛰고 있다.상대방이 엄연히 있는 협상에 임하면서 시한을 못박는 것이 불합리하다는측면에서 융통성을 부여하자는 뜻이지, 회기를 넘길수 있다고 해석하면 곤란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야 6인협상에서 통합선거법등 정치관계법의 막바지 절충이 순조롭게 진행중인 시점에서 민자당이 협상에 장애가 될 위험에도 불구하고 느긋한태도를 보이고 나온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고 봐야한다.한마디로 정치적 계산이 함축된 고도의 {협상전략}이라는 분석이 그것이다.이제 협상이 결정적 시기에 돌입한 상황에서 여당이 시한에 쫓기는듯한 인상을 보이면 유리할게 없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협상시한을 의식한채 무리한 주장을 거듭하고 민자당을 몰아 세우면 뜻하지 않게 고전할수 있다고 본것 같다.

민자당의 이런 생각은 당직자들의 설명에서 읽을수 있다. 이한동총무는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정치관계법의 미타결부분에 대해서는 당정협의를 거쳐 별도의 복수대안을 마련, 야당측과 최종 협상에 임하겠다]며 [가능한한 이번 회기내에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보고했다.

원내사령탑의 입에서 처음으로 회기내 {반드시 처리}가 {가능한한 처리}로둔갑한 것이다.

문정수사무총장도 [현실적으로 야당이 김량배농림수산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에서 나타났듯 치기어린 협상태도를 보인다면 회기내 처리가 어려울 수도 있다]며 [따라서 무턱대고 회기내 처리를 강행할 경우 졸속처리가 우려된다]고당론수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문총장은 특히 김대통령의 {회기내 처리}의지표명에 대해서도 [개혁측면에서통치권차원의 의지를 밝힌 것으로 봐야지 시한을 의식해서 졸속처리하라는뜻은 결코 아닐 것]이라고 청와대측과의 사전 조율이 있었음을 시사했다.따라서 민자당의 입장선회는 무엇보다 통합선거법등의 미합의쟁점을 둘러싼막판협상국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대야협상전략으로 이미 청와대측과는물론 당정간 조율을 거쳐 표면화된 것으로 볼 수있다.

민자당이 현시점에서 입장수정을 한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안기부법개정및 예산안처리를 둘러싸고 청와대측의 {회기내 처리}지시에 매달리다 명분도 실리도 잃은 뼈아픈 교훈을 상기하지 않을수 없다는 점을 우선 들수 있다.

당시 새해예산안의 법정시한내 처리라는 지상과제에 눌려 성급하게 국회를운영하고 대야협상을 끌다가 결국 날치기도 못하고 안기부법개정안에 대폭 양보할수 밖에 없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다시말해 야당과의 협상에 있어서 {반드시 이렇게 가야한다}는 식의 조급한자세로는 더이상 얻어낼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 신축적인 자세로 대응, [우리도 급할게 없다]는 대륙식 전략을 도입키로 한 것이다. 또 새로운 선거법등정치관계법 내용이 야당으로서는 과거에 {꿈도 꾸지 못한} 파격적인 내용이기때문에 야당에게 [회기내에 처리하겠느냐. 아니면 현행법으로 선거를 치를것이냐]고 선택을 강요하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민자당이 새로운 협상전략을 세움에 따라 남은 협상에서 민주당이 어떠한 입장과 전략으로 맞설지 주목된다.

현재로선 미합의쟁점은 양당간 견해차가 워낙 현격히 벌어져 있어 어차피 순조로운 타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결국 3역회담등 여야고위협상으로 넘겨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회기내 처리는 현실적으로 어렵지않느냐는 전망이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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