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춤추는 숲

이튿날 느지막이 일어난 동유는 오후가 늦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는강희란이란 여자가 보이지 않았다. 전날 그녀의 말처럼 새벽에 허록이 왔었는지 알수 없었다. 동유는 어떤 호기심에 농장문을 열고 이불이 챙겨져있는 상태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간밤에 이불이 몇채가 펴져있었는가나, 이불을 갠이가 여자였는지 허록이었는지, 혹은 체액(체액)같은 것이 떨어져있지 않은가하는 따위였다.동유가 난데없는 불청객을 맞은 것은 그런 별 쓸모없는 궁금증을 캐고 있을때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청객의 방문은 뜻밖으로 그의 인간적이며 음악적인 성향에 대한 갈등을 예상보다 빠르게 매듭짓는 하나의 단서를 제공하는것이 되었다.

찾아온 사람은 전혀 낯설은 자였다.

"1허록이집 맞습니까?"

다소 저돌적으로 묻는 그 사내는 삼십대 후반쯤 돼보였다. 얼굴이 거칠고 주름이 진 걸로 보아 사십이 넘은지도 몰랐다.

"그런데요?"

사내는 확인받자마자 대뜸 반말투로 나왔다.

"그 자식 집에 있지?"

동유가 불쾌한 눈으로 그를 흡떠보았다.

"아이 새캬, 있는지 없는지 빨리 말해!"

사내는 대답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는 듯 신발을 신은채로 거실로 들어왔다."누군데 이러십니까?"

사내는 두개밖에 없는 방문을 발길로 걷어차 방안을 둘러보곤 동유를 쏘아보았다.

"이 자식이 벌써 어디로 튀었군. 내가 누구냐구? 네깟놈이 알아서 뭐해. 어제밤에 계집애 하나가 왔었지? 왔어 안왔어. 새캬"

동유는 깜짝 놀랐다. 이 자가 강희란이 말하는 살무사란 놈이구나, 어떻게처신해야 할까. 동유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 자식아 내가 다 알구 쫓아왔어 얼렁뚱땅 남수(거짓말)치려들면 골통 빠개질줄 알어!"

사내가 웃옷 단추 두어개를 풀면서 윽박질렀다. 열린 셔츠 사이로 가슴에 예리한 칼금같은 것이 언뜻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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