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75주 3.1절을 맞으며

3.1운동은 1919년 일어났으므로 올해는 그 75주년이 되는 셈이다. 3.1운동이일본제국주의의 가혹한 압제를 벗어나기 위한 거족적인 민족항쟁으로서 민족해방운동사상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음은 다 잘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새삼스럽게 그것이 가지는 역사적인 성격이나 의의를 되새김할 필요는 없겠다.이를 국가적인 기념일로 정하여 기리는 목적은 거기에 내재된 다양한 근본정신들을 계승해 나가는 한편 다시는 외세에 의한 식민지배가 되풀이 되어서는안된다는 결의를 다지자는데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3.1절만 되면 그상대편 가해자였던 일본과 관련되는 동향을 으레 떠올리게 되는 것은 지극히자연스런 연상작용이라 하겠다.**국제화와 개방**

저 멀리 교과서문제를 굳이 들출 것도 없이 정신대문제나 가뇌영명이란 보수우익 논객이 일본인들로 하여금 혐한감정을 부추길 목적으로 저자까지 조작한{추한 한국인}의 발간사건, 서울 한복판에서 빚어졌던 일제의 침략을 긍정하고 미화한 소위 심화회심포지엄사건 등은 일본이 진정 선량한 주변민족에 대한 침략전쟁을 완전히 포기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이웃이라는 확신을 갖기 어렵게 한다.

작년 한국을 방문한 일본총리 호소카와의 침략에 대한 반성 발언은 기왕에비해 볼때 상당히 진전된 것이기는 하나 그 발언수위를 두고 일본 내부에서의반발이 만만치 않았다고 하는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는 저들의 일반적인 분위기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를 감지하게 된다.

이러한 형편에 비추어 지난 1월말 일본에 대한 외교창구를 총책임지고 있는주일대사의 일본대중문화개방 불가피성 발언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발언자의위치를 고려하면 그것이 결코 개인적인 견해로는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과연 최근 문체부에서 암암리에 단계적인 개방론을 세워두었음이 드러났고이로 말미암아 림시국회에서도 그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논란되고 있다.게다가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졌던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국제화를 앞세워 그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그와 맥락을 같이하는 일련의 사실들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개방 자체를 기정사실화하여 두고 마치 최종적으로 여론을 무마하기위한 시도를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 멀지않아 대통령의방일을 앞두고 있는 시점임을 고려하면 혹시 무역이나 기술이전의 문제와 맞물려 그 반대급부로서 대중문화개방을 선물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억측을떨치기 어렵다.

**일 대중문화의 침투**

여러 경로를 통해 이미 일본의 대중문화가 안방 깊숙이까지 침투해 있는 실정이며 여기에 대중가요나 영화등 일체가 개방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다른 문화는 수입이 허용되는데 유독 일본의 그것만이 왜 안되는가라는의문을 갖기도 한다. 우리가 일본문화의 수용을 숙고해야 하는 것은 단지 민족적인 감정에 의한 편견에서나 국수주의적인 사고에서가 아니라 일본문화 자체가 우리문화에서 가지는 역할때문이다. 전혀 다른 환경속에서 배태된 서양문화속으로 우리것이 쉽사리 용해되기는 어려운 반면 일본의 대중문화는 우리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한 측면이 있으므로 서양의 그것과는 다르다.더욱이 과거의 식민지배를 통하여 동질화할수 있는 바탕은 이미 마련되어있으므로 그것이 수입되면 우리문화는 그속으로 쉬 동화되어 정체성을 상실할위험성이 높다. 아직은 우리의 대중문화수준이 개방에 무방비한 상태에 놓이게 될때 그를 감당할 형편이 아님은 자명하다. 94년의 국낙진흥처럼 정체성을띤 대중문화를 키워 언젠가는 주체적인 입장에서 일본문화를 수용할수 있도록 하루빨리 그 대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근본정신 퇴색 우려**

이번 3.1절은 유달리 착잡하게 느껴진다. 경제종속에 바탕한 문화의 예속은민족정신의 완전한 상실을 뜻할뿐 아니라 정치침략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는사실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멀지않아 자칫 3.1운동의 근본정신까지 퇴색될까 심히 우려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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