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문화침투 벌써 "위험수위"

일본문화개방문제를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한창이다.우리민족을 지배했던 일본의 문화를 수입한다면 문화식민지가 될것이라는 우려섞인 반대목소리도 있다.

반면 국제화시대에 유독 일본문화에 대해서만 알레르기반응을 나타낼 필요가있느냐는 '개방대세론'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문화는 문화개방논쟁이 무색하리만치 이미 알게 모르게 우리사회깊숙이 침투해 있다.

*대구도심 차지한 '로바다야끼'

대구시 중구 삼덕동 골목. 공평동과 삼덕동에 걸쳐있는 좁은 이 골목에는 왜색을 강하게 풍기는 술집과 음식점이 즐비하다.

한때 고급룸살롱가로 이름이 높았던 삼덕동골목은 지난해부터 사정한파와 불경기로 룸살롱이 하나 둘 없어지면서 그 자리를 일본식 유흥업소가 차지했다.일본식 구이집인 '로바다야'와 록카페가 많아 젊은층에서는 '로바다야끼골목'으로도 불린다.

신을 벗고 앉을 수 있는 일본식 마루, 깨끗한 의자, 종이우산 같은 소품, 특이한 나무젓가락, 일본말로된 술과 안주등 손님과 종업원들을 빼면 왜색 투성이어서 일본에 와 있다는 착각을 자아내게 한다.

벽면을 장식한 기모노를 입은 여인의 사진과 일본조끼를 걸친 종업원들이 무릎을 꿇고 주문받는 모습은 묘한 조화를 이룬다.

로바다야끼를 즐겨 찾는 고객들은 20대 초반의 젊은층. 평일 저녁에도 빈좌석이 없을 정도로 손님이 몰린다.

삼덕동 골목의 한 로바다야끼에서 만난 조모양(23.동구 신암동)은 "처음엔일본풍이 너무 강해 거부감이 들었지만 깨끗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마음에들어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중년층도 일본문화의 소비자

삼덕동 골목에는 로바다야끼외에도 중년층의 손님들이 즐겨 찾는 일본 음식점이 있다.

일본의 유명골목의 이름을 딴 이 음식점은 규동, 스끼야끼등 생소한 일본음식과 소주로 손님을 끌고 있다.

규동은 불고기밥에다 된장국, 날계란등으로 만든 일본음식이며 스끼야끼는한우 홍두깨살에다 버섯, 채소등으로 조리한 일본식 전골, 우리에겐 생소한음식이다.

음식점에 있는 탁자를 모두 합쳐도 10여개에 불과하지만 개업한지 한달 남짓된 요즘 하루 1백여명이 넘는 손님이 찾고 있으며 음식이 모자랄 정도라고 이곳 종업원은 말했다.

손님 김모씨(43.수성구 지산동)는 "맛이 좋으면 됐지 그 음식이 일본것이든중국것이든 상관없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일본잡지 서점진열대 장악

대구 도심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왜색 유흥업소뿐이 아니다.아직 수입이 허가되지 않은 일본잡지와 음반도 버젓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일본잡지와 음반의 경우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지는 않지만 누구나 손쉽게구할 수 있는게 현실이다.

교동시장골목과 속칭 야시골목은 일본잡지의 '메카'. 일부 편의점 진열장에서도 일본잡지를 쉽게 발견할수 있다.

'논노' '모어' '위드'등 패션잡지는 3천-6천원정도로 국내에서 발간되는 잡지와 가격이 비슷해 고교생과 젊은여성들에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일본영화잡지인 '스크린'의 인기도 높아 "매달 20일경 서점에 나와 4-5일이면 매진된다"며 "일본잡지를 찾는 사람은 중학생부터 주부까지 다양해 심지어국민학교 6학년짜리가 2년째 매달 빠지지 않고 사간다"고 교동 한 서점상은말했다.

음반은 잡지만큼 일반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일본가요매니아9ma1.jif}들은원하는 테이프나 CD도 4-5일이면 구할 수 있을 정도.

이 음반들은 불법복제돼 동성로나 대학가앞 리어카에서 공공연히 판매되고있다.

*우리문화 (내성)길러야

일본문화개방문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일본대중문화가 국내에이미 들어올만큼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 일부에서는 미국대중문화와 일본대중문화를 차별대우하는 것도 우습다는주장도 하고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일본문화유입을 인위적으로 막는데서 오는병폐를 어떻게 치유하는가 하는 점.

일본문화에 대해 폐쇄정책으로 고급문화는 들어오지 않고 저질 상업문화만공공연히 밀수입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사회를 좀먹고 있다는 것이다.때문에 "일본문화유입을 양성화해 일본문화가 갖고 있는 저질 상업성을 걸러낼 수 있는 우리문화의 내성(내성)을 기르는 것이 시급하다"고 관계전문가들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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