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당일치기 여론수렴

김영삼대통령이 5일 제주도업무보고를 받음으로써 강원도를 제외한 14개 시도에 대한 지방순시를 모두 마쳤다.지난달 2일 부산.경남도를 시발로 시작된 김대통령의 이번 지방순시는 지난해 취임직후 초도순시에 이어 두번째다.

김대통령의 이번 지방순시는 {여과되지 않은 민의 수렴}이라는 청와대측의의도와는 다소 빗나간 측면이 없지않았으나 외견상 과거와는 다른 몇가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예년의 경우 4월초까지 이어졌던 것이 3월초로 한달가량 앞당겨 끝냈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또 일체의 민폐와 관폐를 끼치지 않고 경비를 절감한다는 차원에서 해사졸업식 참석후 제주에서 일박한 것을 제외하고는 현지숙박을 하지 않고 {당일치기}를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김대통령이 이번 순시를 단순히 시.도의 업무파악과 지시전달보다는 전국의 각계 국민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주목적을 두었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과거와는 달리 매번 업무보고에 앞서 지역인사들을 만났으며 업무보고장에 농어민 근로자 상공인 여성단체대표등 민간인을 참석시켜 지역현안해결을 위한 지역인사들의 동참을 유도했다.

특히 김대통령이 지시일변도의 보고방식을 탈피, 기관장과 실무국장.각계 인사들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지역현안에 대한 점검과 함께 현장의 소리를 들으려 노력한 것도 문민대통령다운 새 스타일이라는 것이 청와대측의 자평이다.김대통령은 이번 순시에서 무엇보다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방정부와일선 기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업무보고자리에서 [세계화시대에는 지방과 기업이 경쟁의 주체이며 지방 스스로 국제경쟁시대를 헤쳐갈 국제적 안목과 경영능력을 키워야 한다]라는 당부를 빠뜨리지 않았다.

또한 지역경제활성화와 지방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지방정부의 적극적노력을 강조하면서 [지방정부는 각종 규제로 관내기업의 발목을 잡지 말고 지방정부가 관료형이 아닌 기업형으로 자세를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러한 김대통령의 당부에 대해 청와대측은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지방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국가원수가 직접 방향을 제시해 준데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보고가 끝나면 바로 산업체, 연구기관등 산업현장을 방문하는 이른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장찾기}를 전개했다.

김대통령이 찾은 현장은 군위의 능금주스공장등 12곳으로 농어촌현장 5곳,산업체 4곳, 연구소 2곳, 학교1곳등이다.

현장방문에서 김대통령은 근로자들을 만나 생산성 향상, 노사화합을 당부했으며 농어민들에게는 UR파고를 헤쳐 나가자고 호소했다.

특히 김대통령은 이번 순시에서 과거 대통령의 지방순시때 {선물 형식}의 재정지원을 한두개씩 해주었던 것과는 달리 일체의 선심성 약속을 하지 않았다.그러나 이번 연두순시도 형식적이고 전시효과적인 모습을 과감히 배제하겠다는 청와대의 당초 공언에는 크게 미흡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우선 시도의 보고가 천편일률적이었으며 각계인사들과의 대화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질문하고 지명을 받은 인사가 답변하는 일방대화방식이었다.특히 대구시.경북도는 업무보고에서 고속철도 지하화문제와 경주 경마장유치등 지역 최대현안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꺼내지 못해 사전조정을 통한 {짜고하는 보고}였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또한 김대통령도 이 문제가 지역사회의 최대 관심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속철도 지하화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회피하고 경마장문제는 아예 외면해 진정한 민의수렴을 위한 순시라는 스스로의 의지를 희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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