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쁜 대학입시도 넘기고 방학을 이용해 연구자료 수집차 유럽에 3주간 다녀왔다. 여행이란 일상사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듯이,이번 유럽방문도 우리 삶의 모습을 곰곰이 되씹어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지식창조가 국력**무엇보다도 학자가 선진외국에 나가면 국내에서 구하지못한 자료들이 그사이얼마나 풍부히 발간되었는지에 놀라는 것이 상례이다. 국제경쟁력이란 말을자주 쓰고있지만, 그곳에서는 대학을 중심으로 수많은 학술지와 정보자료가발간되고 있는데, 그만큼 두뇌를 사용하여 지식을 창조해 내는 것이 곧 국력을 뜻하는 것이다. 외형상으로 보면 오랜 전통의 도시들이 별로 변한것이 없는듯 보이지만 오히려 이 변함없는 전통이 풍부한 지자원으로 가동되고 있는것이 유럽의 가장 부러운 점이다. 하이델베르크의 거리마다 나직한 창문으로책들이 가득 들어찬 연구실들에 밤새 불밝혀 연구하는 모습들, 통일후 그동안 방치되었던 문화재 건물들을 복구하는 공사를 벌여놓은 드레스덴, 소르본느의 대학강의실 앞에 백발의 노인들이 공개강좌를 수강하려 줄지어 서 있는모습. 그리고 네덜란드 라이든 대학의 도서관에서 중국.일본.한국관계 서적만해도 엄청나게 구입하여 지역연구의 기반 위에서 정진하는 모습들에서 그들의 선진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정돈된 고급문화**
이 선진성에 대한 감탄은 자연 우리의 후진성에로 연결되지 않을 수 없다.솔직히 그동안 우리도 어느 정도 잘 살고 있지않는가 하는 자부심도 없지 않았지만, 유럽의 정돈된 고급문화와 삶의 질을 보고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을아니할 수 없었다. 위에 든 학술적 기초 외에도 가장 피부로 느낄수 있는 것은 사회의 균형화라 할수 있다. 독일에 갈 적마다 그들의 {사회적 시장경제}의 원리. 즉 자유경쟁을 인정하되 항상 사회성, 연대성을 고려하는 경제 및사회원리가 철저히 실현되고 있음을 부럽게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해방후 미국식 개인주의적 자본주의가 범람해 그 규모와 정신에서 엄청난 부작용을 낳고 있음에도 이를 치유할 이론적, 실천적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문민정부 1년이 지나 {개혁 성공, 경제 실패}라는 중간평가를 받고 있지만,정작 이 정부가 진정한 개혁을 하려면 유럽의 사회정책에서 배워야 한다고생각된다. 또 교육개혁이 중요한과제로 부상되고 있지만 임시개혁의 차원이아니라 국민의 삶 전체가 교육적 후원 속에서 어떻게 재편성되어야 할 것인가 근원적인 반성과 설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뒤떨어진 국제화**
유렵여행에서 듣는 질문도 많았다. 왜 한국은 유럽의 경제권을 주도해나 간독일을 외면하고 TGV(떼제베)를 선택했느냐, 왜 한 나라의 국립박물관을 대책없이 철거하려하느냐, 왜 이런 좋은 국제여건 속에서 남북대화마저 중단되고 있느냐, 한국방문의 해에 가면 무슨 장점이 있느냐는등 질문은 다양하였고,질문뒤에는 상당한 비판적 시각이 도사려 있었다. 국내에서 문민정부가 세워졌다고 기뻐하던 흥분이 차갑게 가라앉는 냉정한 반성의 기분이 들었다.국제화라는 말을 유행처럼 되뇌다가 막상 외국에 나가보니 우리는 아직도 국제화에서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게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그것은 근원적으로 한국인의 삶의 방식이 질서, 자유, 정의, 평화와 같은 국제적 보편가치들을 향하여 가지런히 터잡혀 나가 내면적으로 선진화되어야만 국제화의 수면에 함께 출렁일수 있다는 얘기다. 새치기 경쟁이 한번은 용납될수있을지 모르나 정상적 국제거래에서 반복되어 허용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러한 정상적인 삶의 질서를 터잡는 것이 문민정치요 국제화의 길이며, 이것을위하여 우리는 유럽에서 보다 많이 배울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