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입법의 타결로 달라지는 것은 선거뿐만이 아니다. 선거가 달라지는만큼 선거의 승리를 제일의 목표로 살아가는 정당조직도 달라진다.[건전지를 갈아 끼워야만 움직이는 장난감과 같다]는 비아냥을 받을 만큼 비능률의 대명사가 되기도 한 정당조직이 변모의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우선 {돈}사정이 비교할수 없이 좋아졌다는 것이다.개정된 정치자금법에 의하면 유권자 1인당 6백원하던 국고지원금이 올해부터30%이상 올라 8백원이 됐고 선거가 있으면 그 배를 받게 되는 만큼 예전과비교하면 가히 {돈풍년}이 들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절대액수만 늘어난 것도 아니다. 상대적으로 소모성경비나 유지비마저 덜 들게 돼 내실있는 살림살이를 꾸릴수 있게 됐다.
현재 민자당의 당원이 3백65만명, 민주당은 71만명에 이른다. 지난 14대 대선 당시 돌풍을 일으킨 국민당의 경우 투표일을 앞두고 당원숫자가 9백만명을넘어서기도 했다.
이 인원이 선거철이면 움직이는 것이다. 아무런 보상없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고 가정하면 그 비용만해도 얼마가 들어갈지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대선 당시 [한 후보가 쓴 돈이 수천억대를 넘어섰다]는 소문이 그냥 나온 소리는 아니라는게 정치권의 정설이기도 했다.
또한 자금수요의 대부분을 잡아먹는 조직운영비는 위에서 아래로 다 전달되는 것도 아니었다. 선거철이면 위에서 내려보내는 {총알}로 불리는 자금이20%전달되면 그 선거는 이긴다고 할만큼 누수현상이 극심했던 것이다.그러나 이런 폐해는 선거때 유급운동원이 거의 없어지고 자원봉사자 중심의선거가 치러지게 된만큼 전혀 다른 양상을 띠게 됐다. 따라서 선거를 의식한조직유지비용이 대폭 절감되게 됐다. 통책, 반책등 하부조직의 운영이 돈을주지 못하게 됨으로써 사실상 법으로 금지된 것이다.
돈사정은 좋아졌는데 돈 들어갈 곳은 대폭 줄어들었으니 전반적인 정당의 형편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각 정당들은 조직운영에 들어가던 비용의 대다수를 정책개발에 쏟아부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당요원들의 급여도대폭 현실화될 전망이다.
민자당 사무처직원의 급여수준은 대기업에 육박하는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민주당등 야당은 많이 상향조정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생활급을 겨우 넘어서는 수준이다.
민자당과 민주당이 지난해 정책개발에 들인 비용은 각각 75억원, 3억4천여만원 등으로 전체운영비의 18.7%와 4.4%로 인건비등 조직운영비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에 피}였다. 안하려니 뭣하고 하는 시늉만 냈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 각 분야의 전문인력을 초빙,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능력을배양하는 바람직한 모습도 볼수있게 됐다.
여야정당의 운영체계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 속의 사람들도 물갈이가될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같은 대기업식 중앙당운영이나 믿기어려울만큼 많은 여야정당들의 당원숫자등에 조만간 일대 수술이 가해질 전망이다. 특히 지구당위원장급의 교체폭은 상상을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적어도돈때문에 공천을 하는 폐해는 없어지리라는 것이다.
특히 전국구라는 별칭을 만들기도 했던 전국구 공천헌금제도는 돈줄의 투명화로 사라지게 됐고 직능대표제의 취지도 살릴수 있게됐다. 졸부들이 돈을 배경삼아 얼마를 내고 정치권에 들어오는 폐단도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돈보다는 사람이 우선이고 그중에도 당선가능성이 공천의 제1고려 항목이 될전망이다. 따라서 [누구줄을 잡으면 공천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식의 이야기는 사라지게 됐고 [이지역은 이 계파에 줬으니 저지역은 우리가 차지해야 한다]는식의 갈라먹기 공천도 어려워지게 됐다.
민자당의 문정수사무총장도 [당후보자의 공천에서 정실이나 계파안배를 철저히 배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또한 보스로 일컬어지는 계파수장들의 자금지원을 받아 당선되고 그것이 파벌의 원인이 되는 계보정치도 달라지게 됐다. 선거자금의 수입과 지출이 지정은행계좌를 통해 이뤄지게 됐기 때문이다.
지구당후원회의 모금액수도 연간 1억5천만원이나 되고 선거자금도 법으로 대폭 줄어들게 돼 각 후보로 봐서도 아쉬울게 없어지리라는 것이다. 그만큼 계파의 결속력이 흐려지는 것이다.
자립기반을 마련한 여야정당들이 얼마나 변한 모습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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