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임석달 이회창총리

이회창국무총리가 취임 3개월째 접어들면서 감사원장 당시의 강한 이미지가내각에 서서히 뿌리내리면서 총리영역을 확고히 하고있다.이총리는 10일 남북한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과 관련 [북한이 미국과 3차고위급회담에만 집착하고 남북대화형식은 배제하려는 의도를 비치고 있는 마당에 남북회담이 필요한지 회의를 느낀다]며 남북관계에 대한 정부방침을 독자적으로 밝혔다.

이총리는 이에 앞서 지난 8일 새마을운동협의회와 바르게살기협의회등 정부지원을 받고 있는 국민운동단체에 대한 특별지원을 조기에 중단하고 이들 단체를 순수 민간단체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토록 최형우내무장관에게 전격 지시했다.

특유의 원칙과 소신을 앞세우고 있는 이총리의 이같은 지시는 관변단체 정부지원 중단이라는 내용자체도 비교적 놀랍지만 이같은 지시를 청와대측과사전협의없이 내려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역대 총리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사전에 충분히 청와대측과 협의절차를 거친후 발표해온것과 비교할때는 엄청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총리의 이같은 발표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던 청와대 비서실은 발표사실을듣고 관변단체와의 관계를 아직도 단칼로 잘라버릴수 없는 상황일뿐 아니라정부지원을 중단한다해도 필요한 보완조치를 취한후 해야 하는데도 사전협의없이 발표한데 대해 못마땅한 반응을 보였다.

이총리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운동단체는 본질적으로 자립.자율적 단체로 자원봉사적 성격을 갖춰야 한다]며 [특정단체에 대해 정부가 특정한 지원을 한다면 활동내용이 긍정적이라도 오해와 불신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그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소신을 거듭 밝혔다.

총리실의 고위관계자는 [이총리의 지시가 청와대 비서진과 협의를 거치지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김영삼대통령과는 충분한 교감아래 이뤄진것일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지시가 돌출행동이 아님을 강조했다.특히 이총리의 그같은 지시는 종래 총리들이 각의를 통해 해오던것과는 달리실세인 최내무장관에게 직접 내려 자타가 공인하는 실세인 최장관도 이총리가 관장하는 장관중의 한사람 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모습을 보였다.이총리는 이미 취임초 [모든 장관은 실세나 허세가 없으며 모두가 실세]라고말해 이같은 자세를 예고했었다.

이총리는 이미 지난번 국회가 열리기에 앞서 사회관계장관들과 간담회를 가졌을때 이미 관변단체의 정리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당시 간담회에서 최내무장관은 향후 4-5년안에 관변단체에 대한 지원을 점차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보고를 했으며 이에대해 이총리는 [그럴 필요가있느냐]면서 자신의 생각대로 정부지원중단 방침을 밀고 나간것.이총리는 관변단체에 대한 과감한 중단지시와 함께 10일 기자간담회에서는남북한문제와 관련, 남북실무접촉에 진전이 없을 경우 북.미 3단계회담이 중단되고 팀스피리트훈련이 재개될 것임을 밝히고 북한의 성실한 대응을 강력히촉구했다.

이총리의 이같은 경고는 역대총리가 그동안 민감한 정치문제와 외교사안에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일.

특히 이총리는 이날아침 통일관계 고위전략회의를 주재한 직후 그결과를 밝히는 형식으로 입장표명을 해 이제 국정 전분야 걸쳐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는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이총리는 앞으로도 매월 한차례씩 출입기자들과 만나 주요현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주요 국정에 대해 총리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을 예고한 셈이다.

여러명의 국무총리를 보좌해온 총리실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총리는 한마디로 {신세대 총리}라고 볼수있다]면서 과거 총리들과 구별되는 두가지 특징을소개했다.

첫째는 청와대 비서실장을 포함한 각수석등 비서진을 의식하거나 신경쓰지않는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총리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스스럼없이 김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한다는 것.

물론 이는 어떻게 보면 국정 2인자인 총리로서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으나지난번 어느 총리는 추석때 출입기자들에게 조그마한 지방특산물 하나씩을나누어 줘도 되느냐고 청와대비서실측에 물어본 사실과 대비하면 전례없는 일인 것이다.

이총리는 매주 주례보고외에 종종 김대통령과 특별면담을 통해 깊은 얘기를나누고 있다고 측근들은 전언.

이총리는 이렇듯 김대통령과 자주 나누는 교감을 토대로 각부처에 대한 정확한 업무파악을 통해 나각에 대한 장악력을 점차 확고히 하고 있다는 것.이총리의 내각장악력은 신속하고 정확한 업무파악능력을 바탕으로 하고있으며 이는 오랜 판사생활을 통해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원.피고 양측의 입장을 파악하는 훈련을 바탕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측근들은 분석.특히 재판과 관련된 장문의 기록물들을 수없이 읽어봤기 때문에 각 부처와총리행정조정실, 비서실등에서 제출한 보고자료를 한번 훑어보면 내용을 금방파악하는 것은 물론 문제점까지 정확히 골라낸다는 것이다.따라서 장관들로부터 주요사항을 정기적으로 보고받으면서 업무에 관한 명백한 잘못은 여지없이 지적하고 옆에서 보기 민망할 정도로 질타한다는 것이 배석했던 고위관계자들의 설명.

심지어 얼마전 정재석경제부총리조차 물가문제로 호된 질책을 받았다고 총리실관계자가 전언.

이총리는 또 지난번 국회가 끝난뒤 자신이 답변을 통해 {조치하겠다}고 언급한 분야를 리스트로 작성토록 지시, 향후 추진상황을 점검할 것임을 밝힘으로써 일단 한번 하기로 약속한 것은 반드시 시행할 것이라는 의지를 과시하고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만일 총리라는 직책을 한번 쓰고나면 버리는 리트머스시험지에 비유한다면 이총리는 재질이 우수해 버리기 아까운 리트머스시험지에 해당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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