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권 냉기류조짐 가속화

정치관계법 합의처리로 순항과 밀월이 예상되던 여야관계가 {잘해보자}고 열었던 영수회담을 계기로 급속히 얼어붙었다.여야간에 뚜렷한 현안도 없이 그저 만나서 {밥만 먹는것}으로 그 의미를 찾아야 했다는 이유에서 야당으로서는 반가워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회담이 끝난후 양쪽의 발표도 너무나 현격한 차이를 보일만큼알맹이가 없었고 특히 제1야당대표의 얼굴에 {먹칠}을 가하는 수준의 청와대발표 내용은 민주당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박지원민주당대변인이 [지피지기라는 말처럼 대정부여당 대응방향에 큰 참고가 됐다]는 뼈있는 논평을 낸 것만 봐도 향후 여야관계를 충분히 예상할수 있다. 민주당인사들이 청와대발표에 대해 {악랄하고 의도적으로 한 오만방자한발표}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이번 영수회담은 하나마나 했다는 수준을 넘어서 {안하니만 못했다}는평가가 더 어울릴 정도로 회담전보다 못한 관계로 여야정치권을 내몰게 됐다.회담의 양 주역인 김영삼대통령과 이기택민주당대표 두 사람 다 이번 회담에서 얻은것은 없고 부담만 지게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같은 결과가 나옴에 따라 앞으로 여권이 올 상반기내에 처리한다는 계획을갖고 있는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의 국회비준은 지난 연말 예산안 날치기파동때 이상으로 여야의 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여권에서는 다수결의 원칙등을 내세우며 처리의 불가피성을 강변하고 있으나이번에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한 민주당등 야권이 호락호락 여기에 응해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또 국가보안법개정문제도 올 정국을 결코 대통령의 뜻대로 조용하게 만들것같지는 않다. 그야말로 급랭전선이 여야사이에 형성되고 있다.물론 야권내에서도 이대표의 즉흥적 자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기는 하다. 현안에 대한 논의를 위해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없었고 최고위원등 당내인사들과의 논의라도 있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그러나 적어도 외부에 비치는 민주당의 당론은 {강경}이다. [제1야당대표에게 그럴수 있느냐]는 것이 전반적인 흐름이고 보면 앞으로 야당을 무시하는등김대통령의 {뜻}을 충분히 안 이상 강한 야당의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것이다.

여권에서는 영수회담을 가진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는 것이 기본 시각이다. 야당의 {선물}운운하는 자세가 아직 시대상황이 변한 사실을 감지하지 못한 구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권도 모처럼 조성된 여야 합의 분위기가 이번 영수회담을 계기로 다시 굳어지게 된 것에 당황하고 있는 듯하다. 드러내놓고 말은못하지만 민자당 일부에서는 [빈손으로 보낼 영수회담을 왜 해 가지고]라며찜찜한 표정이다. 또 일부에서는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회담의 형식면에서[야당의 자존심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며 청와대쪽의 무감각과 무신경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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