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문고의 내신성적 조작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내신제도의 공정성과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게 됐다.교육 정상화의 선봉역할을 하고 있는 내신제는 항상 공정성과 신뢰도 확보라는 부담을 안아 왔다. 지난 81학년도부터 내신제가 도입된 이후 내신성적을둘러싼 부정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1년에는 서울혜성여고 육성회장이 교무주임에게 돈을 주고 시험지를빼내 고등학교 3학년생인 딸의 성적을 올리려다 적발돼 구속됐으며 전북 전주시 근영여고와 경북 구미시 금오여고에서는 기말고사때 각각 무용과 체육과목에서 해당교사들이 시험 내용을 유출하거나 성적을 조작하는 등 말썽을 빚기도 했다.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은 이런 사건들이 어쩌다 드러난 {빙산의 일각}일뿐 내신성적과 관련한 비리는 상상외로 많을 것이라는 의혹을 갖고 있다.더욱이 94학년도 입시부터 내신 반영률이 30%에서 40%로 높아짐에 따라 내신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더욱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지난해 경기, 안양, 부천등 전국 15개 비평준화지역 학부모들은 내신제의 불합리성으로 자녀들이 대학입시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됐다며 크게 반발했고최근에는 예체능계의 내신 비교평가를 놓고 서울예고와 다른 16개 예술고교학부모들간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사들이 상춘식교장의 지시로 유력인사 자제들의 내신성적을상향조작한 상문고 비리가 터져 나옴으로써 앞으로 내신제의 공정성 논란이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서울시교육청 감사결과 교장의 지시로 주임과 교사들이 자의건 타의건 조직적이고도 상습적으로 성적조작을 해 온 사실이 드러날 경우 그 파문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상문고 내신비리는 감독관청의 부실한 감사에도 문제가 있지만 근본적으론 교육자적 양심을 저버리고 학교를 치부의 수단이나 대입 진학을 위한학원으로 몰고가는 데서 비롯됐다고 볼수 있다.
또 내신제도가 자체적으로 안고 있는 근원적인 문제 해결없이 대입 당락의결정적 요인이 되게 한 점도 이러한 비리를 부추긴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내신제는 점수산출방법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 어떤 과목은 89점이나 80점이 같이 처리되고, 어떤 경우엔 0.1점 차이로 등급이 갈리는 수가 있다. 특히국어.영어.수학등 이수 단위가 높은 과목에서 12점만 실수하면 내신등급이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국.영.수 과목에 대한 편식현상이 심화되고 있다.특히 실기가 주된 평가인 예.체능 과목은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여지가 많아 공정성 시비가 더욱 심한 분야이다.
새 대입제도에서 내신성적의 10%를 차지하게 된 특별활동등 학교생활평가도5등급으로 나누어 절대평가하기 때문에 공정성과 신뢰도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학부모의 치맛바람을 부추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해의 경우 대부분의 학교들이 낮은 점수를 주는데 부담을 갖거나 명문대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거의 모두에게 만점을 줌으로써 전인교육 실현이라는도입 취지를 퇴색시켰다.
한편 공정성에 신경을 쓰다보니 교사들은 내신성적 산출의 바탕이 되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등의 시험에 주관식 문제를 출제하는 것조차 기피하고 있다.문제의 해결과정이나 사고력 평가를 위한 논술형의 주관식 문제를 낼 경우채점과정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잘못 오해를 살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현재 내신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고교의 내신관리 산출근거를 1년간 보관토록되어 있는 성적관리지침을 앞으로는 5년간 보관토록 규정을 고쳐내신성적 산출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 교육청및 일선고교에 시달할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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