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교과서 현대사용어 신중을

96년부터 새로 나오는 중고교교과서에서 {5.16} {12.12} {대구폭동}등 현대사용어들을 바꾸는 문제가 {국사교육내용전개 준거안연구위원회}에 의해 제기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이들 용어들은 벌써부터 학계일각과 정치권,일부 국민들로부터 말썽이 돼온것이다. 부적절하기 때문에 적절한 용어로바뀌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개별적으론 당국이 공용하는 용어에 아랑곳없이자신들이 옳다고 판단하는 용어로 바꿔 사용해온 터다. 그리고 일부 용어는반민주투쟁과정의 민감한 정치적 사안으로까지 간주돼 최근에도 국회에서 논쟁을 벌인바 있다.그러나 후세교육을 위한 교과서에 사용하는 용어로서 이 문제가 등장한 것은다시한번 시대의 변화를 실감케한다. 아울러 이같은 용어변경이 정사의 사관을 바꾸는 것과 버금가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수 없다. 그것은 크게 2차대전후의 냉전체제가 무너진 세계사적인 변화와그에따른 남북관계의 변화, 그리고 30년만에 되찾은 문민정치에 기인하는 것이다.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고 또 바꿔야할 부분이 있다는 것은 이시점에서 무언의 국민적 합의라 할수 있다. 그럴뿐 아니라 자라는 세대가 미래의 세계와 국가상황에 적응할수 있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현대사교육도 이같이 변화된 의식과 시각에 맞추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이제사 이 문제를 거론하고 96년부터 시행한다는 것이 오히려 세계사의 급변추세에 비추어 늦은감이 있다.

그런것 중에 여태껏 민감한 문제로 본격적인 논의를 꺼려왔던 지난30년의 군부집권과정이 {혁명} 혹은 {사태}등으로 변색돼온 것이라든지 {대구폭동}을{대구항쟁}으로, {4.3사건}을 {4.3항쟁}으로 바꾸자는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것들이다. 말할것도 없이 군부집권과정이 후세교육에서 혁명으로 미화되거나사태란 용어로 얼버무려질수는 없는 것이다. 이를 외래어인 {쿠데타}로 표현하거나 아니면 우리식 표현인 {군사정변}으로 기술하는 문제는 전문가들의 판단을 거치면 될것이다. 이것은 어느쪽을 택하든 내용의 본질을 흐트리는 것은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냉전상황이 상존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용공세력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대구폭동} {4.3사건} {려순반란사건}등은 본질적 시각차이가 있을수 있다. 물론 {려순반란사건}은 려순지역주민의 반란사건이 아니므로 {려수.순천사건}으로 바꾸는 것이 옳다. {대구폭동}과 {4.3사건}을 항쟁으로 바꾸자는 것에는 여러 이논이 있을수 있다. 항쟁으로 바꾸자는 주장은 이사건의 내용에 당시 집권세력의 부당한 행위에 민중들이 시정을 촉구하는 항쟁의 성격이 있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일리있는 면도 있지만 너무 성급하게판단하기보다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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