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현장 이것이 문제다(2)-평준화 학군제

서울시교육청의 감사결과 드러난 서울 상문고의 비리는 고교간 교육 격차를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고교 평준화제도와 학군제가 낳은 부작용 중의 하나로들 수 있다.상문고는 바로 이 평준화제도와 학군제의 덕택으로 80년대 초반 이후 서울강남의 신흥 명문고로 급부상, 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볼모로 학부모들로부터내신성적을 조작해주는 대가로 거액을 거둬들이고 각종 명목의 찬조금을 징수할 수 있었다.

고교 경쟁입시에 따른 중학교육의 파행적 운영과 고교간 질적 수준의 차이를극복하기 위해 지난 74년 도입된 고교 평준화제도와 학군제는 경쟁입시의 병폐였던 과열과외와 고입 재수생 누적, 대도시 인구집중및 교통난 등의 문제를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학생의 학교선택권과 학교의 학생선발권을 제한하고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면치못하고 있다.

특히 학군제는 교육여건이 다른 학교들을 동일지역권이라는 이유로 한데 묶어 놓는 바람에 학교와 학군간 격차가 심해 현행 대입제도가 안고있는 파행적인 입시위주교육의 병폐와 폐단을 그대로 드러냈다.

평준화제도는 무시험 배정 방식의 전제조건으로 선행돼야 할 학교간의 교육여건평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 이에 따른 학생간의 학력격차로 교사들의 수업목표 설정을 어렵게 하고 재정이 어려운 사립학교 교육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음으로써 이번 상문고 사태와 같은 사학비리를 자초한 원인중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학생 평준화는 또 진학률을 높여 교육 기회를 확대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받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학생들의 실력에 맞는 효율적인 학교수업을어렵게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서울 Y고 박모교사(47)는 [연합고사 성적 1백90점 이상의 우수 학생과 커트라인을 간신히 넘긴 열등학생을 한 학급에 모아놓고 똑같은 내용의 수업을 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며 [학생간 실력차가 커 수업기준을 어디에 둬야 할지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ㅇ여고 신모교사(49) [국어.영어.수학 등 대학입시 주요 과목의 경우 학생간의실력편차가 심해 학습진도를 한 학급 50명중 20등 정도의 학생에 맞춰 수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어 나머지 절반 정도는 사실상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쟁 입시로 처음부터 능력별로 학교를 선택할 경우 수준에 맞는 수업으로정상적인 교육을 받을수 있는 학생들이 평준화제도 때문에 오히려 희생되는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부모의 학력이나 직업, 소득수준 등의 격차가 있는 대도시와 중소도시, 농촌간에도 이같은 차이는 어쩔 수 없이 나타나게 된다.이같은 평준화제도와 학군제의 부작용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 이른바 {8학군병}이다. 서울 8학군은 왕년의 명문고가 밀집된데다 상류층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이 극성을 부려 최근까지 {교육특구}로 불리면서 고교교육정상화에 역행하는 갖가지 부정적인 현상을 초래했다.

돈없는 학부모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 {8학군 열풍}은 70년대말 강남개발붐과 함께 도심의 명문고들이 강남으로 속속 이전함에 따라 {내 자식만은 좋은 환경에서 공부시켜야 한다}는 맹목적인 교육열에 휩싸인 부유층들이이 지역으로 대거유입되면서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결국 8학군은 아파트값을 폭등케 하고 위장전입에 의한 불법전학을 성행케하는가 하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각종 고액 불법과외의 온상이 돼 커다란 사회문제가 됐다.

이같은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90년 서울의 특정학군 내에서 경쟁 입시를 부활하는 방안이 정부차원에서 검토된 적이 있지만 학군제를 변화시킬경우정착 단계에 들어선 평준화제도를 무너뜨려 더큰 혼란을 가져올수 있으며 과열입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백지화되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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