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현장 이것이 문제다(3)

일선 고교가 오로지 명문대학 합격을 목표로 한 보충수업으로 입시학원화 하고 있다.더욱이 95학년도 입시에서 대학별 본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이 크게 늘면서 획일적인 보충.자율학습 금지조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보충.자율학습시간을 늘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고교교육을 정상화한다는 명분하에 도입된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이 보충아닌{정규수업}으로, 자율아닌 {타율학습}으로 전락한지 이미 오래다.보충수업은 지난 74년 고교평준화 정책이후 학생들간의 실력차이가 커지고과열과외현상이 나타나자 이를 보완, 학습부진 학생들의 학습결손을 보충한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그러나 대학 진학을 사실상의 최고 교육목표로 삼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이같은 취지와는 달리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이 우수학생만을 위주로 운영되거나 학생들의 자유의사를 무시하고 강제적으로 실시되는 등 파행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보충수업은 희망하는 학생에 한해 실시토록 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학교는 사실상 전학생을 대상으로 보충수업을 반강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특히 많은 학교에서 고3 여름방학이전에 교과과정을 끝내기 위해 보충교육시간에 국어, 영어, 수학등 주요과목에 대한 수업진도를 나가는 경우가 많아학생들 입장에선 원치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보충수업을 받지 않으면 안된다.

희망과목에 한해 실시한다는 것도 말뿐으로 영어, 수학, 국어 등 입시에서비중이 큰 과목을 가르치는 것이 일반화된 현상이다.

따라서 과목별로 학생들의 실력차에 따라 반을 편성, 결손학습을 보충한다는본래의 취지를 기대하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선교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서울 강남구 ㄱ고교 김모교사(36)는 [이달 14일부터 1.2학년은 1주일에 5시간을, 3학년은 10시간씩 영어, 수학 과목의 보충수업을 실시하고 있다]며 [특히대학합격권에 들 수 있다고 보여지는 반석차 20등이내 학생 전원을 학교도서실에 남겨 매일 3시간씩 자율학습을 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보충수업은 학기중에만 행해지는 것이 아니다. 예년처럼 지난해 여름방학기간중에도 전국 대부분의 고교에서 2, 3학년생을 대상으로 하루 5시간씩 10-15일간 보충교육을 실시했으며, 특히 8월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 3수험생들의 경우 방학기간중 80시간 내에서 실시토록 한 교육청의 방침을 무시하고 학기중과 거의 마찬가지로 수업을 받았다.

보통 교실이나 도서실에서 행해지는 자율학습의 경우에도 희망자에 한해 실시되도록 돼있으나 대부분의 학교가 권장이란 미명하에 강제적으로 학생들을수업후 남아 있도록 해 매일 밤 10시이후에 하교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학교측은 다른 학교와의 경쟁과 학부모들의 요구로 이러한 편법수업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입시위주 교육의 강화로 학생들간의 위화감이 심화되고 인성교육이 도외시 되는등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서울 강북의 ㅈ고 3년생 성모군(18)은 [수업이 끝난뒤 어수선한 학교보다는집이나 사설 독서실에서 차분하게 학과정리를 하고 싶지만 담임선생님이 거의강압하다시피 해 어쩔 수 없이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이 무척 고통스럽다]며[그러나 전체적인 학교분위기때문에 이런 말을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아 그대로참고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과정에서 월 20시간을 기준으로 1인당 6천원씩 내도록 규정된 보충수업비와 1개월에 3천원씩인 자율학습비를 과다하게 징수하거나 이번에 문제가된 서울 상문고의 경우처럼 보충수업비 지출내역을 허위로 작성, 이 돈의 일부를 교장이나 교사개인이 무단 전용, 말썽을 빚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나고있다.

보충수업은 시간당 6천원으로, 자율학습 감독수당은 1일 2만원으로 규정돼있으나 일부 교사들 사이에선 보충수업비를 미끼로 별도의 {수고비}나 {간식비}를 받는 악습이 뿌리뽑히지 않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때문에 본래 교육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는 보충교육과 자율학습을 전면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교사들과 학부모, 수험생 사이에선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보충수업등을 폐지할 경우 고액과외를 부채질해 결국서민층 자녀들만 피해를 입게될 것이라는 다른 쪽 입장과 상충돼 대부분의학교가 뚜렷한 대안을 갖지 못한 채 체념속에서 매년 이를 되풀이하고 있는실정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