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되돌아왔을 때는 아홉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긴장감에 온몸이 떨려왔다. 그것은 불안이기도 했다. 중대한 일이 기다리고 있어도 그렇지만 아무런사건이 없어도 마찬가지였다. 괜한 의심을 하고 되돌아온 마땅한 핑계가 없기 때문이었다.2층집 그의 방문을 열었다. 과연 누웠던 이부자리만 방바닥에 펴져 있고 허록이 보이지가 않았다. 어디로 갔을까.
동유는 연습실인 빈예배당으로 내쳐 달렸다. 아니나 다를까, 지상에 반토막걸린 예배당 앞쪽 창문에서 옅은 불빛이 보였다. 이 시간에 불이 켜져있을이유가 없는 것이다. 불길한 예감이 현실로 다가올때 공포의 무게는 오히려갑절이 되는 느낌을 주게 마련이다.
동유는 지하예배당으로 들어가는 계단을 뒷굽을 세우고 내려갔다. 손바닥을펴서 문을 밀어보았다.
안쪽에서 잠겨 있었다. 불안함이 이내 궁금함으로 바뀌고 있었다. 약속된 일자리마저 몸이 아파 갈수 없다던 허록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동유는 고양이걸음을 걸어 계단을 올라왔다. 지상에 반토막 걸린 창으로 훔쳐볼 참이었다. 지하예배당 위쪽으로는 얼마전에 영업이 안된다며 셔트를 내린 철물점이 이어져 있고 그 사이에는 전신주 하나와 청소 리어카 세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동유는 허리를 숙이고 리어카 뒤쪽을 돌아 반토막 지상에 걸린 창앞으로 갔다. 옅은 불빛이 뿌옇게 먼지가 쌓인 창유리로 빠져 나오고 있었다. 허록이 아니면 불을 켰을 사람이 없음을 다시 상기하며 무릎을 구부렸다.
양손을 바닥에 대고 엎드려 유리창 안으로 힘겹게 시선을 집어넣던 동유는깜짝 놀랐다. 허록이 있었다. 아니 허록이 그냥 있는게 아니라 한 여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여자가 등만 보이고 있어 누군지 알수 없지만 참으로뜻밖이었다. 실내에 형광등 불이 하나 켜져 있으나 창에 쌓인 먼지로 안이잘 보이지 않았다.
얼른 손바닥 만하게 먼지를 닦아냈다. 콧등을 대며 바싹 창에 붙어 안을 들여다보던 동유는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뻔하였다. 단순한 실랑이가 아니였다.강간이라도 하는 품이었다. 그가 악착스레 버티는 여자의 허리를 잡고 기어코 바닥에 뉘였다. 여자의 얼굴이 돌려졌다. 의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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