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기홍칼럼-아직도 대학에 폭력이

대학 강단에 선지 30년이 되었다. 제3, 4, 5공화국을 거쳐온 이 기간 나는이 나라의 모든 문제가 축약되어 하수구처럼 소용돌이친 대학안에서 살아왔다.학생들 속에서 항거집단이 나오고 대학이 정부의 사찰 대상이 되면서 교수들은 항거에 동조하지 않으면 어용교수로 몰리고, 나서서 데모를 막지 않으면불온한 교수로 몰리는 모순 속에서 살아왔다. 그런 세월이 지난 다음 민주정부의 시대가 되었는가 했을 때는 더 이상 경찰과 군인의 교내 출입이 없어진 대신 학생들의 총장실 점거와 같은 난장판의 시대가 왔다. 그러다 지난 일년간은 학원이 잠잠하여 안도할 수 있었다.**집단이기주의 발상**

그런데 이것이 웬 일인가. 지금 이 시각에도 경북대학에서는 학생들이 행정부처를 점거하여 벌써 열흘 가까이 대학의 사무가 마비되고 있다. 학생이 그대학의 교수인 처장들을 쫓아내고 그 자리에 버티고 앉은 언어도단의 이 현실은 우리 대학이 아직도 정치와 폭력에 시달리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난동 학생들의 요구조건을 알고 보면 성적이 나빠서 3회 이상 학사경고를 받아도 퇴학시키지 말라는 것이니 한심하다. 면학분위기야 어찌 되든 학생집단을 건드리지 말라는 집단이기주의가 아닌가. 흔히 터무니 없는 성적으로도 입학하게 되는 요즘에는 정확한 학사관리는 구교의 차원에서 필요하다. 학교가잘 되어야 나라도 잘 되고 그 학교 출신이 빛이 나는 것인데 학교가 못되어가도록 시위를 하고 있으니 근시안이요 착란이다.

구미의 유수한 대학들을 보면 성적미달인 학생에게는 장학금이 나오지 않고장학금을 못받은 학생은 스스로 알아서 그 학교를 물러난다. 물러나지만 자살하는 경우도 가끔은 있고 구미의 페어 플레이에 익숙치 못한 유학생 가운데는 교수에게 칼을 들고 대드는 경우도 있다. 교수들은 그 학교를 좋게 유지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성적관리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수한 학교의 비결이고 그 나라가 잘 되어가는 비결이다.

**제적생 재입학 모순**

지금 우리대학뿐 아니라 수많은 국내의 대학에서는 성적을 매길때 이른바 상대평가를 하지않고 턱없이 좋은 성적을 주는 방책을 택한지 오래다. 그래도성적이 나빠서 3회의 경고를 받았다면 그는 스스로 생각해도 학생자격이 없음을 알 것이다. 그런데 왜 그들을 옹호하여 쇠파이프를 들고 쳐들어오고 공부방해에다 사무실 침범이라는 폭력행위를 하는가.

여기까지 필자는 학생들의 잘못만을 지적했다. 그러나 정치쪽의 잘못도 함께말해야만 공평하다. 약1년전 현정부는 {시국관련 제적학생 구제를 위한 대통령령}을 발표했고 교육부와 대학은 그 시행세칙을 만들어 사실상 과거의 모든제적학생에게 재입학을 허용했다. 물론 그 가운데는 과거에 3회 이상의 학사경고에 의해 제적된 학생들도 포함된다. 그러니 지금 난동을 부리는 학생들의논리는 {학사경고로 쫓아낸 학생을 받아들이는 차제에 학사경고로 쫓아내다니 모순이 아닌가}하는 것이다.

**정치간섭 안받아야**

시국관련 제적학생은 대개가 학사경고로 퇴학된 학생들이므로 양자간의 분별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대통령령 속에 이미 불씨가 들어 있었다. 대학의 자치와 자율이라는 원칙을 대통령과 대학이 함께 어겼다. 재입학시킨다는 것은 과거 퇴학시킨 것이 잘못이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놓고 또 학사경고로 퇴학을 시키다니 모순이 아닌가. 그러므로 학생들의 난동의 원인행위가 대통령을 포함한 어른들에 의해 이미 저질러졌던 것임을 인정치 않을 수 없다. 정치가 대학에 간섭하는 버릇을 고치지 않는한, 그리고 우리 겨레가 이랬다 저랬다 하는 그 버릇을 고치지 않는한 해결이 없을 것이다. 대학쪽에서도 정치에간섭받지 않는 자주 대학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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