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저녁 김영삼대통령을 위한 만찬회의 아키히토(명인)일본국왕 만찬사 내용은 몇가지 관점에서 종래와는 다른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종전 2차례의 대통령 공식방문때 과거문제와 관련한 표현에 관심이 집중되고, 매번 개운찮은 시비가 일었던 전례에 비춰 이번에는 한일양국 관계자들 모두 호의적인반응을 보이고 있다.우리측 관계자들은 특히 새 정부 출범후 과거문제에 전향적 태도를 보인 대일정책에 대한 일본측의 호응신호라고 말하고 있다. 잘 음미해보면 양국관계가 과거를 딛고 새롭고 성숙된 관계구축을 향할 가능성을 보였다는 것이다.아키히토왕은 우선 만찬사 첫 부분에서 [다양한 문물이 일본에 전달돼 우리선조들이 많은 것을 배웠다]고 솔직히 말했다. 국왕의 이같은 솔직한 인정발언은 전에 볼수 없던 일이다.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문물을 전수받은 것은 사실임에도 일본인들은 그동안 이를 밖으로 꺼내 말하려 하지 않았다.잊고 싶은 과거를 항상 들먹이는 한국인들에게 {옛날 스승}이라고 부르기는싫다는 자존심이었다고 할수 있다.
국왕발언이 일본에 대해 언제나 정신적.문화적 우월감을 보이는 한국민에의{립서비스}라고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왕은 일본인들의 정신적 지주에 해당한다. 국왕의 {스승인정}은 일본이 겨우 {혼네(속마음)}를 내보이기시작했다는 분석이 가능한 것이다. 과거문제에 선수를 치고나온 한수위의 한국과 정신적.감정적 우열대결을 이제 피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는 시각이다. {가야문화전}과 {조선통신사}등을 구체거론하며 우호와 유대를 강조한 것은 그걸 말해준다는 것이다.
두번째 눈에 띄는 부분은 과거문제 자체를 언급한 문맥의 표현내용과 기법에쏠리고 있다. 즉 [한반도의 여러분에게 다대한 고난을 끼친 한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이에대해 [몇년전 매우 슬픈 마음을 표명한 적이 있고 지금도 변치 않았다], 또 [전후 과거역사에 대한 깊은 반성에 입각하여 귀국국민과 신뢰.우정을 쌓기위해 노력해왔다]는 대목이다.
이 부분도 구태여 세밀히 따져본다면 종래와 같은 한갖 {언어유희적}인 느낌을 주는게 사실이고 포괄적인 감을 지울수 없다. {한국}만이 아닌 {한반도}라고 범위를 정한 것은 다분히 북한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수있으며 {다대한 고난을 끼친 시기}와 {슬픈 마음}은 전두환, 노태우대통령 방문때 나왔던 말이다. 또 {전후 깊은 반성에 입각-노력해왔다}는 언급도 자화자찬이라는 지적이가능하다.
지금까지 일왕의 과거문제 언급은 2차례, 총리급은 83년 나카소네(중증근강홍)에서 현호소카와(세천호희)총리까지 6차례 있었다. 그러나 그중 국왕발언으로 이번처럼 전체적으로 신중한 표현에 애쓴 흔적과, 좀더 진전된 정서를보여주려는 노력이 곳곳에 드러난 적은 없었다. {통석의 념}등 난해하고 애매한 단어를 버리고 알아듣기 쉬운 표현을 골랐다는 점, 그리고 {깊은반성}이라고 국왕으로는 처음 반성을 밝힌 점은 큰 진전으로 보인다. 이는 작년11월 호소카와총리의 경주 사죄발언등 전향적 분위기를 감안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그외에 국왕이 한국측의 대일자세를 높이 평가하고, 미래지향적 우호를 강조한 점도 이례적이다.
그러나 가장 평가되는 부분은, 이번 아키히토왕의 발언이 종전 처럼 한일양국간의 피곤한 줄다리기 끝에 나온 게 아니라, 일본 스스로 선택해 개진했다는 {자발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양측은 국민감정을 배수진으로단어 하나까지 신경을 곤두세우며 씨름, 오히려{반일과 혐한}의 감정을 격앙시켜 왔다. 이는 양국관계 전반에 상승작용을 미쳐 말뿐인 선린관계를 이뤄왔던 게 사실이다.
이같은 악순환은 새정권이 들어서 대일중시 자세와 함께 {경제의 경제원리}과거문제의 정치연계 배제등으로 도덕적 우위에 선 외교자세를 보임으로써일본측에게도 되새김의 기회를 부여한 셈이다. 그래서 이번 김대통령 방문을통해 상호 발전적 극복의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고, 아키히토왕의 만찬사는그 신호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