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여년전 대학시절이 생각난다. 당시 외국어강좌를 담당하는 교수중에는연극연출이나 희곡번역, 평론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대개 그 분들의 강의법은특이해서 기억에 오래 남아 있다. 그들은 마치 교단이 무대인양 이쪽끝에서저쪽끝으로 누비며 외국어의 뉘앙스를 보다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몸동작을쓰기도 하고 실감나는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그런 기억 탓인지, 나는 교단에 설때면 1인극무대에 서는 연극배우가 되는느낌을 받곤 한다.
관객을 매료시키기에는 충분한 작품선정, 또 피땀나는 리허설과 주인공의 성격창조를 위한 빈틈없는 스터디, 무대에서의 감정 넘치는 독백과 탄탄한 연기력, 대사가 막힐 때면 절묘한 애드립, 그리고는 자기도취에 빠져 공연시간은길어지고 만다. 관객들의 눈빛은 이내 달라지고 그제사 지친 배우는 본의가아니었다고 쑥스럽게 웃어 보이며 무대를 내려서는 것이다.분장실로 돌아오면 관객들의 반응을 생각하며 흡족해 하기도 하고, 때로는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같은 실수에 속상해 하기도 한다. 한때는 무대에서건 분장실에서건 으레 꽃다발을 안겨주는 극성 팬들도 있었건만, 하마나 하고기다려 보지만 벌써들 극장문을 나서버렸는지 분장실은 썰렁하기만 하다.그래도 살맛나는 때는 있다. 옛날 팬들이 잊지않고 분장실로 전화를 주며 격려도 하고, 어려운 걸음을 해주기도 한다. 나도 이미 잊어버린 아득한 옛날의대사들을 기억까지 시켜주면서.
나는 리허설이 있다는 점에서 연극이 좋다. 인생은 연습도 없고 모범답안도없다. 한번 짚어보고 가려해도 시간은 기어이 종주먹댄다. 우리는 연극을 관람하며 수시로 변신하는 배우들의 또다른 삶의 이야기들을 통하여 자신의 생을 단련하는 것이다. 강의실의 학생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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