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UR태풍과 의원행차

지난주 사과생산단지로 이름난 경북 청송군 현동 사과단지를 둘러본 기회는UR파고속에 우리농촌이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듯 해 눈여겨볼만했다.하천부지에 길다랗게 조성돼있는 현동사과단지는 국내에서도 당도나 빛깔로이름난 사과생산단지로 알려진 곳이다.

1백20ha의 재배면적에 연간 1천8백t 12만상자를 생산하는 현동사과단지는84년도부터 대만등 해외시장에 수출에 나서 그동안 5천여t을 내보내 외화벌이도 톡톡히 해왔다.

**농촌의 {UR}이기기**

현동사과단지가 국내에서 성가를 높인 것은 사과나무생장에 최적지로 꼽히는사질토에 조성된데다 기후조건이 뛰어난 천혜의 자연조건 때문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이번 방문을 통해 본 결과 현동사과가 오늘이 있기까진 재배농민들의 부단한 연구의 성과라는 것을 알수있었다.

찾아보았을 때도 아직 먼산에 잔설이 곳곳에 내려있고 꽃샘추위도 극성을 부리고 있었지만 재배농민들은 추위도 아랑곳않고 가지치기와 퇴비넣기에 열심이었다.

78재배농가들은 지금부터 20년전인 74년에 이미 (주)현동과수협업단지를 조성해 공동으로 집하, 선별, 출하등 일괄체계로 운영해왔다. 공동퇴비장과 저온창고를 마련하고 새로운 재배기술도입을 위해 일본 최대사과생산지인 아오모리현(청삼)지역으로 연수도 다녀왔고 해외시장개척을 위해 시장조사단을 파견키도 했단다.

실제로 단지사무실에는 아오모리사과협회에서 발간하는 사과재배기술전문신문이 어지러이 널려있었는데 협업단지측은 신기술도입을 위해 아오모리조합에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을 통해 일본사과재배농들의 알선기술을 습득하고 특히 우리가 알수 없었던 사과모양을 길쭉하게 하는 재배방법을 알아냈다고 한다. 모양이 길쭉하다 해서 대만에서는 사과를 장과(장과)라고 부르고 있다는데 모양이 긴 사과가 저장이 오래간다는 설명이었다.단지업무를 관리하는 한 간부는 일본사과농가는 사과를 재배한다기보다는 제조한다고 전하고 우리는 재배아닌 사과를 공장에서 제조한다는 인식으로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게 생산해내면 UR파고를 너끈히 이겨낼 것이라고 진단했다.정말 재배아닌 공장이라는 이말은 굉장한 설득력을 갖고 가벼운 감동까지 주는 말이었다.

현동사과재배단지 뿐만아니라 북부지역농민들은 나름대로 UR파동을 이기려고용트림을 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유리온실을 설치, 사철채소를 생산해내는가 하면 특징있는 축산물이나, 농산물 생산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은 눈물겨울 정도다. 농민뿐만 아니라 농촌살리기 운동은 각계에서 활발하게전개되고 있다. 천주교에서는 농산물 유통과정 개선사업과 함께 우리농산물먹기 운동등을 주교단회의에서 결의까지 했다고 들린다.

그러나 정부나 국회는 과연 우리농촌을 진정 살리려는 의도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겉치레 실태조사**

지난번 국회 UR특위위원들이 북부지역 현지실태조사를 위해 찾아왔다. 영주,예천, 안동지역을 둘러보고 농민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빡빡한 일정탓인지몰라도 의원들의 순회는 주마간산격이었다고 한다.

간담회도 시간에 쫓겨 20-30분 정도가 고작이었고 수입개방반대 농민시위를겁낸 탓인지 서둘러 보따리를 쌌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의원들의 순시는 농촌을 둘러보았다는 전시적 행차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의원들의 행차에 더욱 웃지못할 일은 방문한 지역에서 선물한 조그만 농산물보따리의 처리다. 점잖은 선량들의 체면탓인지 몰라도 선물보따리를 굳이 대구 공항까지 운반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3개군에선 만사를 제쳐두고 관계자들을 대구공항까지 보내 참기름등 보따리를 챙겨주었다는 후문이다.**여론무마용 의혹**

UR파고를 극복하려는 농민들과 각계의 눈물겨운 노력과는 퍽 대조적인 행동들이었다. 이같은 행동을 하는 의원들의 머리에 과연 UR태풍을 이길 탁견이나올까 의심스럽다는 얘기도 들린다.

농촌을 부흥시킬 획기적인 방안이 곧 나온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농촌에서는이들 의원뿐만아니라 농업통계 하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에서무슨 정책이 나올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UR협상 내용을 슬그머니 바꾸듯이 농촌부흥정책도 여론무마를 위한 일과성일지도 모른다는 불신의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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