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활동무대 변두리까지 넓혀

미국 반지성주의 모태가 {터프 가이}의 행동제일주의라고 본 사람들은 미국인들이 추상적인 관념을 배제한 실용적인 지식만을 찾다보니 과학보다는 기술쪽에 더 많은 발전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19세기 프랑스 철학자 토쿠빌 같은 사람으로 그는 행동을 최고가치로 여기는 미국인의 단점이심사숙고할줄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부활극의 고독한 영웅, 재빠른총잡이가 상징하는 거친 개인주의가 바로 미국 문명의 본질이다.얼마전 LA한인타운 한복판에서 10대 갱단끼리 싸우다가 한 한인 소년이 총격을 받아 부상한 일이 있었다. 한인타운을 본거지로 삼고 있는 {한인암살단 마지막 세대}의 단원 한명이 필리핀계 {번개파}갱이 차를 몰고가면서 쏜 총에맞은 것이다. 그 전에도 이 두 갱단은 다섯번이나 총격전을 벌인일이 있다고한다.{불가사의 한인 가족}이라는 한인 청소년 갱단이 LA에 생긴것은 70년대초였다. 그 뒤에 {한인 바람둥이}, {한인타운 건달}, {미친녀석들}, {한인세력},{한인자연건달}등이 나와 한인타운 뿐만 아니라 변두리에까지 활동무대를 넓혀 나가고 있다.

LA카운티 아시아계 갱단선도계몽과 보호감찰을 맡고있는 오성환씨(52)는 캘리포니아주내 아시아계 청소년 갱단이 1만5천명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밝혔다.인도차이나 즉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출신들과 필리핀계가 대부분이며 한인에 대해서는 아직 드러나는 숫자가 없다고 그는 말했지만 그가 현재 보호감찰중인 한인청소년과 소녀는 모두 70명쯤 된다고 털어놓았다.오씨는 초기 한인 청소년 갱이 인종차별적인 불이익을 극복하기 위해 억울하게 당하는 친구들을 감싸주는 단순한 패거리모임 성격이 짙었으나 지금은 돈과 마약같은 것을 노리는 지능적이고 잔혹한 범죄조직으로 탈바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차이나 출신들과 손잡은 한인갱단들은 범죄수법도 완전무결에 가깝고 잔인무도하다는 것이다. {영토}제한도 없이 아무데서나 감쪽같이일을 해치우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라고 한다.

한편 갱문제는 갱단들이 거리만을 무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데 그 심각성이날로 더해지고 있다. 특히 교내살인과 강도등 폭력이 교육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하고있다. 캘리포니아주 교육국은 최근 갱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데부심하고 있다. 교육국 자료를 보면 캘리포니아주내에 2천개 갱조직이 있고20만명 가량의 청소년들이 가담해 있다. 윌리엄 도우슨 교육감은 갱단원이거의 모두 중고등학생이어서 "국민학교 3-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미리 예방교육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왜 청소년들이 갱조직에 들어가는가. 가정이 주지 못하는 사랑과 보호를 갱단 친구들에게서 대신 받는다는 것, 그리고 속에있는 말을 시원하게 털어놓고대화를 할수있다는 것, 또 돈도 생기고 술과 마약과 섹스도 즐긴다는 유혹,그리고 중요한것은 {터프 가이}로 인정을 받는 것이다. 죄를 짓고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다운 처벌을 받지않는 지나치게 관대한 사법제도 역시 문제다. 어쨌든 심사숙고하는 버릇이 없는 사회에서 청소년만 탓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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