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판질서 일대혁신

대법원이 30일 {상고심사제}를 도입하고 특허소송 심급구조를 개선키로 최종확정함에 따라 지난 2월 {사법제도 발전위원회}가 건의한 개혁안중 영장실질심사제 등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제외한 법원조직, 재판 절차등에 관한 개혁안의 골격이 모두 완성됐다.특히 이날 확정된 두 안건은 기존의 재판질서에 일대 혁신을 가져오는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안건 확정과정에서 변협과 첨예한 갈등을 겪었던 상고심사제의 경우법원이 결국 변협과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대법원 단독안으로 법률제정을결정함에 따라 향후 입법과정에서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이날 확정된 상고심사제는 법령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고유기능을 회복하고 정당한 권리자를 무익하고 소모적인 상고로부터 구제한다는 것을 기본취지로 하고있다.

대법원은 특히 상고심사제 도입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는 이유로 지난 90년 폐지된 상고허가제의 부활이 아니냐는 부정적 평가를 불식시키기 위해 충분한 보완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히고 있다.

형사사건의 경우 상고심사제를 적용치 않고 모든 상고에 대해 일단 심리를개시한 뒤 심리중 법에 정한 상당한 상고이유가 없을 경우 심리를 더 이상 속행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그것이다.

대법원은 이같은 기준으로 상고심사제를 운용할 경우 60-70의 사건만이 상고기각되고 나머지는 모두 상고심 재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매년 원심파기율이 7-8%인 점을 감안할 때 30-40% 가량의 사건을 재판부가 심리한다면 충분한 상고심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작년한해 대법원에 접수된 민사.형사.가사 사건이 총 9천1백55건이고 매년사건증가율이 15%가량인 점으로 미루어 이제도가 시행되면 95년에는 3천-4천건 정도의 사건이 대법관의 실질심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법원의 한 관계자는 대법관이 직접 상고이유서를 검토해 심리계속 여부를 결정하는 것인 만큼 상고심사라는 표현은 적당한 것이 아니다며 오히려 소모적인 상고를 방지한다는 {남상고 여과장치}라는 표현이 적당하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상고심사제 도입과 관련, 변협측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면서 까지 상고심사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부당하다는 변협의 입장은 강경하다면서 대법관의 업무경감을 위해서라면 대법관 수의 증원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바람직하다는 기존의 주장을 견지하고 있어 법원과 변협의 갈등은 향후 국회입법과정에서 재연될 것이 자명하다 하겠다.

변협의 대법관 증원 주장에 대해 법원측은 법령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고유기능 측면에서 볼때 현재의 13명의 대법관도 많은 숫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령해석의 통일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모든 사건을 전원합의체에서 심판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사건수의 과다 등 현실여건상 전원합의체가 어려우므로가능한한 재판부의 수를 늘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현행 상고심제도 하에서 대법관의 증원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면 대법관 수를 현재보다 5-7배 가량이 많은 70-1백명선으로 늘려야 한다면서 이는 올림픽대로를 4차선에서 5차선으로 늘린다 해도 별다른 교통체증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은 다만 상고심사제를 약 2년 가량 시행해도 대법관의 업무가 과중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대법관의 증원도 고려할 수 있다는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원측은 그동안의 여론조사 결과등으로 미루어 볼때 상고심사제에 대한 국민적지지가 압도적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나 변협 또한 자체 공청회나 변협소속 변호사들의 공통된 반대의견을 내세워 집요하게 입법 반대로비를 펼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법조 주변에서는 사법개혁 작업을 벌인다면서 법조 직역이 서로의이해관계에만 몰두, 대국민 사법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본연의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이날 확정된 특허소송 심급구조 문제는 현재의 대법원 단심제의 부작용을 개선해 고법의 전담부에서 사실심인 1심을 맡고 대법원이 법률심을 맡는2심제로 한다는 것.

또 국민의 권리구제나 과학기술의 발전 보호를 위해 적정한 전문가의 도움을받아 재판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특허심리관 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이 특징적이다.

그동안 법안 개정과 관련, 법원측이 법관에 의한 사실심리를 주장한 반면 특허청이나 변리사 협회등은 특허소송의 전문적인 성격을 고려, 기술전문가를법관으로 임명하는 {기술판사}제도 도입을 꾸준히 주장해 사실로 미루어 이번확정안은 양측의 주장을 상당히 절충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