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의 나는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모든 다양한 삶들에 대해 한없이 너그러워질 수 있었다. 누가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건 문제 삼지 않고 수용하고 인정할수 있었다. 그들은 그들대로 살게 내버려 두자, 난 그냥이대로 내가 아끼는 세계에서 내 식으로 사는 게 좋다. 이것이 전화를 받는동안 내가 생각한 것의 전부였다.미수는 내가 별 약속이나 계획이 없다고 하자 성당의 미사가 끝나는 대로 두아이를 데리고 오겠다며 전화를 끊었고, 고모는 내가 사귀는 사람이 있으니선 같은 것은 보지 않을 것이며 약속이 있어서 나가봐야 한다고 둘러대자 한심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
어쨌든 나는 그들의 전화로 말미암아 생일날 같은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쪽도 아니면서 본의 아니게 생일을 강하게 의식하게 되었고 마침내 '시간이 무척 빨리 지나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에 빠져 들었다. 그러자 어김없이선인장꽃이 떠올랐는데 그 심상은 텔레비전 프로가 다 끝나가는 지금까지도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몰라도 사실 평소의 나는 시간이 빨리 흐르고 있다고느끼는 쪽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 느릿느릿 흐르는 시간의 무게, 그 권태의 더미를 어쩌지 못해 할때가 더 많은 편이다. 그것이 단지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또 일어나는 일상을 가지지 못한 독신이기 때문이라서인지는 모르지만적어도 미수가 결혼할 즈음인 삼, 사년전부터는 더욱 시간 따위에 연연해 본적이 없다.
마치 꼭 타야 할 기차를 놓쳐 버린 꼴이라고나 할까. 타기 위해 서둘렀는데조금의 차이로 놓쳐 버린 기차가 저만큼 재빠르게 달아나 버리는 모습을 지켜 볼때의 심정 같은것. 혼자 적막한 역사에 남아 할 일이라는게 뭘까. 기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얼마나 서둘렀던가를 반추하며 다음 기차나 기다리겠지.어쩌면 그때서야 비로소 기차역 주위의 풍경을 눈에 담을수 있을지도 모른다. 끝없이 먼 길들로 이어진 평행의 선로들이며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따위...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