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기업체라면 열두번도 더 망했을 거다"대구시에서 국장까지 역임한뒤 퇴직한 모인사가 재임시절 시장실에서 회의를끝내고 나설 때마다 부하직원에게 버릇처럼 중얼거린 말이었다. 공무원 사회의 비능률과 비효율, 나태, 타성등을 지적한 것일 게다.
여론을 주도하고 국민들의 생활양식까지 규정해온 행정이지만 이같이 일그러진 모습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고위공무원은 무사안일에 젖어있고 하위직공무원은 조직의 권위나 간섭을 부정하며 대안없는 비판만 일삼기도 한다.
그래서 "공무원 수가 지금의 절반이라도 현재의 업무는 모두 처리할 수 있다"고 {자학}하는 공무원들도 생겨나고 있다.
타성을 깨고 개혁해야 한다는 반성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변화를 하더라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해 나가기보다 외국의 사례등을 보고 배우면 훨씬 유익할수 있다.
행정개혁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는 일본의 이즈모시 이와쿠니 데쓴도(암국철인)시장.
그는 {행정은 최대의 서비스산업}이란 슬로건을 제창, 이즈모시(산운시)에기업경영 개념을 최초로 도입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공무원들이 저절로 신바람나 일하게 했다. 오랫동안 시민 8만여명의 사고를 지배했던 행정에 대한불신을 말끔히 씻어냈다.
세계 유수의 증권사인 메릴린치사의 수석부사장 자리에 있던 그를 시장후보로 {유치}하기 위해 미국까지 쫓아간 고향민들의 기대에 벗어나지 않았던 거다.
결국 (사)일본능률협회가 뽑은 91년 9대 우수기업에 이즈노시청이 선발되는이변이 생겼다. 소니, 혼다, 도요타, 시세이도, 가지마건설등 일본을 대표하는 국제적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이와쿠니 시장은 "중앙이 변하지 않으면 지방이 먼저 변해 중앙을 선도해야한다" "지방의 주민본위 발상은 첨단행정"이라 갈파하며 지방자치와 지방행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장이 되자마자 공무원들이 예산부족, 인재부족 타령을 그만 두고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도록 만들었다.
그는 슈퍼마켓에 행정서비스 코너를 신설해 주말쇼핑과 동시에 주민등록의발급, 혼인신고, 행정상담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시공무원 5명이 1조가 돼서비스를 제공 함으로써 시민들의 행정에 대한 불신을 말끔히 씻었고 무엇보다 시민들이 시간을 절약해 생산활동에 투입케 했다. 슈퍼마켓 점주들은 서비스 코너 유치경쟁을 벌였음은 물론이다.
그는 지방에 부족한 인재를 중앙의 엘리트 공무원과 대기업의 유능한 사원을스카우트해 충당했다. 미쓰비시화성의 생명공학 전문가를 영입해 이즈모 평야에서의 농축산업 분야 신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한 것이 한 예다.이외에 환경오염대책, 노인복지시책등 이즈모시가 여타 자치단체의 모범이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일본의 국제화는 나라와 나라의 교류가 아니라 지방도시와 도시끼리의 교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을 해 이를 일본의 주요정책으로 채택하게 만든것도 이와쿠니 시장이다.
행정개혁은 일본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79년 시민들로부터 조세저항에 부딪혔던 캘리포니아주 비잘리아시는{지출예산통제제도}란 혁신적 세제를 채택했다. 이 제도는 예산서상의 지출세목을 모두 없앰으로써 책임자가 필요에 따라 예산을 지출할 수 있게 했다. 한해에 사용하지 않은 예산은 그 부서가 다음해에 새로운 사업에 투자케 했다.예산운용에 모범을 보인 부서에는 1인당 1천달러에 이르는 상여금을 지급했고 예산절감액이나 수익금의 15%는 해당 공무원이 가져가게 했다.그 결과 무모한 예산의 지출이 없어졌다. 예산의 절감효과도 컸다. 이에따라같은 주 다른 시에서는 재정적자에 허덕이던 85년에 비잘리아시는 연간예산에 해당하는 2천만달러를 비축할 수 있었다.
군부대가 현실성 없는 규정에 매달려 쓸데없는 예산을 낭비하자 시범기지 프로젝트를 추진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미국의 시실리 공군기지는 한때 2주전에 완공한 볼링장을 다시 증축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규정상 필요한 만큼 볼링장을 건설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국방성은 모든 규정과 규제에서 벗어나 기지 사령관의방식대로 기지를 운용하는 시범기지 제도를 도입했다. 절약된 돈은 또다른사업에 마음대로 사용할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 기지는 2년동안 8천여건의규제면제나 규제변경을 요청했다. 이 기지가 예산운용등 모든면에서 모범이된것은 당연했다.
스웨덴도 행정의 질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제공에 경쟁방식을 도입하려 노력중이다. 뉴질랜드는 재래식 공무원제를 폐지하는 대신 관리직 공무원들이 자신의 부하직원과 계약협상을 하도록 자유화했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경쟁을 통해 존립기반을 찾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정부부서 예산감축 3개년 계획을 수립해 목표치인 3.75%이상 감축한 부서는 감축예산을 비축해 자체적으로 사용토록 만들어 효과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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