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세계속에 던져진 자이다. 이 세계는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엄혹한환경이다. 세계가 인간에게 자애롭다고 하는 것은 허구이다. 세계는 인간에게는 관심이 없다.세계는 인간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는 그저 거기 놓여져 있는것일 뿐이다. 세계는 물리적인 현상으로 거기 놓여져 있는 것이다. 물질과물리적 현상이야말로 세계라는 존재형식의 실상이다.
물질로서 세계 속에 놓여져 있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신을 갖는 생명으로 세계 속에 놓여져 있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세계는 물질또는 물리적 현상으로 존재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보장하여 준다. 그러나생명 또는 정신을 갖는 자로서 존재하는 것은 보장하여 주지 않는다.정신 또는 생명으로서의 존재, 특히 인간과 같은 고등생명체의 존재는 우연의 늪에서 빠져나온 것에 불과하다. 이 우연의 늪은 어떤 절대적인 필연력에의하여 지지되는 것이 아니다. 이 우연의 늪은 그 물줄기들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우연스럽게 물거품같은 생명체를 생성하여 낼 따름인 것이다. 이 우연의늪에서 생성된 물거품의 존재는 찰나적이다. 그러므로 정신 또는 생명은 그존재의 토대가 굳건하지 못하다. 그것은 끊임없이 위협받는 것이고 끊임없이해체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 또는 생명은 우연의 소산이고 존재의 논리의 놀라운 비약이다. 그러나이 비약이 우연의 소산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이루어진 다음에는 그것 역시일정한 범주속에서 세계내에 스스로의 존재의 터전을 쌓아나가고 스스로의 힘으로 그 존재의 터전을 보다 확고한 것으로 만들어내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다.그러한 의지는 인간이라고 하는 고등생명체에게 있어서 가장 강하게, 가장구체적인 것으로 드러난다.
인간의 문화와 문명, 역사의 총체는 바로 이렇게 엄혹한 환경속에서 우연에의하여 존재의 모습을 갖추는 인간이 스스로의 존재의 바탕을 확장하고 보다견고한 것으로 구축하려고 하는 몸부림의 결과이다. 이 몸부림은 그러나 그존재의 밑바닥으로부터 지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몸부림은 결국 인간이라는 고등생명체를 가능하게 하였던 그 우연과 비약의 논리에 의하여 필연적으로 그 성취의 정도가 제한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이 몸부림은 실패로 끝나 버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정신사는 애초에 비극적 결말을 예비하고 있는 것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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