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선인장이야기

어머니께서 수제비를 끓이실 동안 미수의 두 아이를 보는 것은 내 몫이 되었다. 미수가 연년생인 두 어린 아이에게 시달려 제대로 잠을 잘수가 없었노라며 쓰러지듯 잠에 빠져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호박을 써는 것만큼이나 서툰솜씨로 색종이를 접기도 하고 거의 창작에 가까운 동화를 들려 주기도 하며두 조카와 시간을 보냈다. 정작 밀수제비가 다 끓여져도 어머니와 나는 두아이 때문에, 미수는 잠을 자느라 먹을 수가 없었다. 정신없이 놀던 두 아이가 지쳐 잠이 들어 집안이 조용해지자 갑자기 미수가 잠에서 깨어나 말했다.[꿈을 꿨어. 언니 생일이라고 아버지께서 우리를 유원지에 데려 갔어. 보트도 타고...언니 생일은 늦은 가을인데도 꿈속에선 봄이었어. 온갖 꽃이 피어나고 연초록으로 버들가지에 물이 올라 있었지. 놀이에 열중했다가 보니 아버지가 어디론가 사라지셨어. 그리곤 오빠와 혜수도 없어지고 해가 졌어. 나는어쩔 줄 몰라 어두운 유원지를 헤매고 다녔는데 바로 언니가 내 손을 꼭 잡아 주는 거야]어머니가 듣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나는 딴전을 피웠다.

[내 생일이라고 그런 꿈을 꾼 모양이구나. 어때? 요즘. 제부씨는? 논문은 다되어 간대니? 이따 데리러 온댔어?]

나는 또 한차례 어머니의 눈물바람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미수의격한 감정에 동참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서둘러 식어버린 수제비를 데웠다. 식욕이 조금도 없었으나 애써 한 그릇을 비웠다. 퍼질대로 퍼진 밀수제비를 먹는데 아버지생각이 났다.

내가 겨우 국민학교 이학년일 때 돌아가신 아버지라 거의 삼십년 저쪽의 기억속 모습일 뿐인데도 그 모습이 너무나 선명해서 화가 났다. 다정다감하고잘 생기신 모습에다 언제나 변함없이 젊은 아버지에 비해 너무나 늙어 버려서이젠 귀마저 어두워진 어머니의 모습을 보니 더 그랬다. 어머니가 설거지할그릇을 물에 담그실동안 미수가 다짜고짜 나에게 트집을 잡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