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대사의 야화에 이런 일화가 있었다.임진왜란 당시 승병 의병장이었던 사명대사가 왜군에게 성을 포위당했을때단 한대의 화살도 쏘지않고 단 한발의 조총공격도 받지 않은채 왜군을 격퇴시킨 도력을 보인 이야기다.
성벽위에 나서서 왜군을 내려다보던 사명대사가 호리병 하나를 추켜들고 붓으로 병목에 붉은 선을 죽 그었다. 그리고 호령했다. [네놈들의 목을 보아라]서로서로 목덜미를 살펴본 왜병들이 혼비백산했다. 왜병의 목마다 붉은 줄이 그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내가 이 병목을 칼로 치면 네놈들의 목도 함께 달아날 것인즉]고승들의 도력을 미화시킨 픽션일수도 있겠지만 우리 불가의 역사속에는 수많은 영적 지도자들이 사문의 절대권위를 존중받았던 좋은 법통이 있었다.하나 날이 갈수록 민망하고 혼미스러워 보이기만하는 조계사 내분을 보면서사명대사의 호리병 야화가 떠오르는 것은 비약된 연상일지 모르나, 오늘날우리 승가에는 붉은 줄 한번 긋는것으로 온 사문을 승복시킬만한 법력이나 권위를 지닌 지도자가 왜 없는가를 생각케 된다.
분명 조계사 누각 안팎에는 서로서로 내로라하는 고승, 사문들이 절마당이좁도록 빽빽이 들어차 있는데 정작 법어한마디로 이쪽저쪽 다 침묵시키고 승복시킬수 있는 큰선사는 보이질 않는다.
법어의 권위는커녕, 오늘은 이렇게 말하고 내일은 다시 저렇게 말이 달라지기까지 한다.
양심선언이란 말마저도 반대쪽 사문말을 들으면 금새 거짓말이 돼버린다. 도량에서 나오는 승가의 말이면 다 법어인줄 알았던 중생들에게는 그저 어안이벙벙할 뿐이다.
불가에서 시줏돈의 행방조차 제대로 가려지지 않는 마당이라면 왈가왈부 서로 탓가름하는 시비따위는 한낱 허튼소리로 밖에 들리질 않는다.경전을 제아무리 많이 외웠다해도 행하지 않으면 남의 소를 세는 목부와 같다듯이 차라리 경전을 적게 알아도 법에 따라 도를 행하고 탐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버리어 이승에도 저승에도 {집착}이 없으면 그야말로 부처님의 제자라는 말씀이 새삼스럽다.
어느 불자는 이렇게 말한다.
[성철스님이 오늘의 이 법난을 보셨다면 이떤 법어를 말씀했을까]그러나 이미 성철스님이 남긴 말씀중에는 오늘의 이 법난을 일찌감치 꿰뚫어내다본 바 있었다. 13년전 종정추대직후의 법어만 기억해봐도 오늘의 이 승가의 추태를 능히 예견했음을 살펴볼 수가 있다.
[원래 승가란 화합중을 말하는데 이 화합정신이 종단안에 실천되어 있지않은것 같애. 출가중들이 각자 나름대로 분화되어 아집과 독선을 갖고 있는점이종단의 발전을 저해하고있어. 이시점에선 무엇보다 승려의 자질문제야. 하루속히 완전한 인격체를 갖춘 이시대 사표를 배출 해야겠어] 사표로뽑힌 새종정마저 탄핵당하는 상황에서 이미 내분을 막을 큰 사표는 존재하지 않는셈이다.안타깝고 위험한 노릇이다. 성철스님은 이렇게도 말씀했다.[출가자에게는 철저한 걸사정신이 있어야해. 이는 무소유를 근본으로 하여일의일탁으로 사는 가난을 의미해. 수행인이 이정신을 버린다면 속인과 다름없지]
총무원장이라는 종단의 감투자리 하나를 놓고 이토록 나라가 소란스럽고 교단이 어지러운 것은 바로 일부 출가자들에게 걸사정신이 없는 탓이다. 폭력이필요했다는건 이미 무소유가 아닌 {집착}만 있고 순리가 없었다는 것이며 마음을 제외한 부처는 존재하지 않는 진아의 깨달음에서 출발되지 못한데 기인한 것이다.
버티는 자와 밀어내려는 사람들뿐이 아니라 절 시줏돈 시비에 끼어들어 온갖의혹과 불신을 뿌리고 있는 정치권과 도무지 명쾌해 보이지 않는 검찰, {물러나라}고 배척받는 경찰, 이런저런 절 바깥 사람들도 분명치 못한 처신을 하고 있다.
80억원의 의혹 해소는 종단분규보다 더 중요한 문제임에도 하나의 거짓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거짓 양심선언과 주먹이 난무하고 검찰 수사는 권력비호를위해 머뭇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도둑놈 몇놈이 남쪽을 북쪽이라 하면서 사슴을 말이라 하고 일체중생의 밝은 눈을 가리도다}는 말씀 같은 오늘의 조계사 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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