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초대석-대변혁 갈등 화해로 풀어야

*서강대 총장 박홍신부(53)가 14일 고향인 대구에 들렀다. {바람직한공동체 의식개혁과 여성}을 주제로 여성대학 특별 강연을 대구시민회관에서가진박총장은 세계화.민주화.개혁의 3중 도전을 받고 있는 우리 사회는 정치.경제.교육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변혁기의 갈등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마치 화산의폭발처럼 그동안 내재돼있던 사회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는 오늘을도약의 전환기로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박총장은 우리 모두 대화와 화해로 문제에 대한 창조적질적인 해답을 찾아 공동체 의식과 제도를 개혁.발전시키려는 치유 노력을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동체의식개혁과 생명운동에앞장서고 있는 그를만나 오늘의 사회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 대학교육, 사회운동 방향등에 대해들어봤다.**최근 상문고 비리, 조계사 폭력 사태등 굵직굵직한 사회문제들이 불거졌습니다. 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만

{자기중심 사고 만연}

*군사권위주의에서 문민시대로 넘어오면서 정치.경제.교육.문화등 각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들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없던 것이 갑자기생긴게 아니라 그동안 안으로 누적돼온 문제들이 민주화.자율화 시대를 맞아겉으로 드러났을 뿐입니다. 한마디로 과거와 미래를 잇는 대변혁기라고 할수있죠.

*이런 전환기에는 선을 가장한 악이 표출되는등 문제점도 많은줄 압니다.*그동안 억압된 권리에 대한 주장은 강한 반면 책임.의무.희생은 남에게 미루는 자기중심적 이기주의가 만연됩니다. 민주화를 외치면서 비민주적인 방법을 선택하거나 폭력을 거부하면서 다른 폭력을 정당화시키는등 선을 가장한악이 성행해도 문제속에 함몰돼 그 뿌리를 보지 못하죠. 또 {무엇이 잘못돼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개선의 당위성을 외치다 속수무책으로 냉소주의에빠지기도 하지요. 시대를 이끌어갈 각 분야의 참된 지도자를 찾기도 합니다.*이런 변혁.갈등기에는 화해와 창조를 이끌어내는 슬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습니다. 잘못된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은 시인하고 바꾸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도약하느냐 못하느냐도 그런 태도에 달려있습니다. 이런 변혁기에 가장 민감한 곳이 젊은이들이 많은 대학이나 노동.재야시민운동세계입니다. 정의와 진리에 목말라하는 젊은이들의 사회 개혁 운동이 폭력.좌경.김일성주의로 치달아 우려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문민정부 출범 이후 달라진 점도 적지 않은 것 같은데요.

*학생.노동.시민운동의 주도적인 지도자들이 여론을 무시한 폭력.좌경화는국민적인 지지를 받을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동구권의 몰락으로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성공할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거죠. 진리를 탐구하고 사회 문제를 고민하는 대학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면서 학생들이 도서관으로돌아가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낄 정도입니다. 과거 정의의 이름으로 불의를포장하며 권리 주장에 급급하던 노동자들도 생산과 분배에 참여하는 나눔의식을 깨닫기 시작했으며 재야운동가들도 권리와 책임.의무를 다하려는 태도를갖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회운동이 건전한 방향으로 흐른 데는 중립적으로 거울과 풍향계의 역할을 해준 언론의 역할도 컸다고 봅니다.{참된민주화 이뤄야}

*그러나 5월1일 노동자의 날을 앞두고 대학.노동계 혼란도 우려하지 않을수 없을 것 같은데.

*지금 가장 큰 이슈가 농촌.통일.국제화 문제입니다. 북한은 현 정권의 타도, 우루과이라운드와 연계한 반미 투쟁, 북한핵의 정당성 지지 여론을 조성해 적화 통일을 이룬다는 계획 아래 우선 지방부터 갈등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프롤레타리아 폭력혁명을 부르짖는 운동가들이 있는데 사회운동에도 창조적인 지도자가 나와야 하며, 참된 민주화.세계화를 이뤄내는 합당한 투쟁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현정부는 공직자 재산공개.금융실명제.정치개혁법과 같은 의식.제도의 개혁과 개방정책을 펴고 있습니다만 변혁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요.*지도자는 물론 전국민의 의식과 제도 개혁으로 갈등을 풀기 위한 창조적.긍정적인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과거를 미래로 도약시키는 양적.질적 변화를위해선 잘못된 과거와 싸우며 미래를 부수는 우를 범하면 안됩니다. 과거는바꿀수 없지만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고 현재와 단절한후 미래에 대한 새로운 선택을 하도록 우리의 태도는 바꿀수 있습니다.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는인간과 인간의 화해, 공기.물.땅의 오염의 주범이 바로 교만한 인간임을 자각하고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인간과 환경의 화해를 이뤄야 합니다. 이를정확히 인식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갈등의 기간은 짧아지고 개선도 빨라질수있습니다.

*올바른 민주화와 바람직한 개혁을 위해 개인적인 이익만 추구하지 말고함께 해야할 일을 찾아 실천하는 공동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새로운 공동체 형성이라는 세계적지각 변화에 대응하는 질적 변화는 어떤 기준아래 이뤄져야 할까요.

{생명존엄 실천토록}

*다섯가지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우선 생명존엄성의 진리를 이해,실천함으로써 생명을 경시하는 반생명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개인및집단이기주의를 극복하고 공동체의 발전을 꾀하는 공동선의 진리도 중요합니다. 선을 가장한 악의 연대고리를 끊고 공익을 추구하는 연대성의 진리도추구해야 합니다. 보조성의 진리로 창의성.책임성.자발성.자생력.창조적 협동력을 발휘토록 하고, 정의.사랑의 진리에 대한 이해로 불신.미움.시기.질투등 온갖 형태의 악을 제거하고 혼돈된 가치질서가 바로 잡힌 사회로 이끌어야합니다.

*최근 사학 비리에 대한 학부모의 자정 결의가 잇따르는등 교육 문제에 대한 우려가 심각합니다. 올바른 교육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시지요.{대학 문 활짝열어야}

*국민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 수준이나 이를 담는 틀은 제대로 안 갖춰져있습니다. 이는 정부나 교육계, 국민의 의식이 바뀌어야할 필요성을 강조해줍니다. 이 시대 희망을 주는 대학이 되기 위해선 대학의 병목현상 해소책을찾아야 합니다. 대학 교육은 엘리트교육이 아니라 보편적인 교육을 하는게세계적인 추세이므로 대학 문을 활짝 열도록 해야합니다.

*교육 문제는 복합적인데 입시 부정등 눈에 띄는 단편적인 문제에 급급해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병든 교육을 치유하기 위해 우선 그동안 정부가 가지고 있던 교육권한을대학에 돌려줘야 합니다. 대학에 책임과 함께 자유를 돌려줘 자율적으로 실행해 가는 과정에서 자생력이 생기고 문제들도 개선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방법을 통해대학이 발전해 나간다면 교육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우려할 것이 없으며 자유 경쟁체제를 통해 자체 경쟁력을 키워나갈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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