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삼각, 사각으로 꼬이고 뒤틀려 열망하고 질투하고 상처입은 지독한 연애 이야기도 없다. 그렇다고 어떤 심오한 사상이나 깨달음이 있어 만인에게그 뜻을 전하려는 의식도 없다. 그러면 나는 무엇을 쓰겠다는 것인가. 내가쓰려는 글은 그러면 어떤 장르에 속하는 글일까. 시는 아니고, 그렇다고 일기나 편지같은 형식도 아니고, 자전적인 어떤 이야기? 나는 어디선가 들은 풍월로 사소설(사소설)이란 말을 떠올렸다.나는 서둘러 국어사전을 펼쳐 사소설이란 항목을 찾았다. {사소설:1.작자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 경험이나 신변의 사실을 주로 하여 쓴 소설. 자연주의에 의한 객관주의적 방법과 주관적 경향을 원류(원류)로 함. 사회성이 적음.일본에서, 타이쇼오(대정)때와 쇼오와(소화)초에 성했음. -1.심경(심경)소설. 2.이히 로만(Ich-Roman).} 내가 생각하는 사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뜻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내가 쓰려는 글이 사소설의 일종일 수 있다는 사실이크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십대 후반과 삼십대 초반의 많은 시간들을 나는 되는대로 책을 읽으며 보냈었다. 대학 졸업후 금세 발령을 받고 변화없는 생활을 계속한 나에게 독서와 영화 관람만큼 좋은 소일거리가 없었다. 가끔은 음악회와 전시회를 가기도했지만 운동이나 다른 모임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다가 보니 자연히 그리 된것일 뿐이었다.
크게 문학적 소양이 있었던 것도 아니면서 영문학을 택한 이유도 영어 교사만큼 안정된 직업이 없다는 것이었으니 나는 문학이나 예술에 대해 본질적인이해를 해보려고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다만 사범대학이긴 하나영문학을 전공한 탓에 들은 풍월만큼은 적지 않았다. 그때 접한 책들 중에도사소설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 몇권 있었는데 나는 그런 종류의 소설에 번번이 실망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소설들 중에 예외적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는 이상의 소설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하긴 그는 타고난 작가라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닌가.그야말로 외부의 어떤 것에도 흔들림없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운명을 지닌-.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