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소설들은 대개가 여성 작가들의 것이었는데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그대로 문학의 한 형식인 소설로 꾸미기 위해서 아름답고 섬세한 문체의 힘을 빌리고 있었다. 그리고 웬일인지 현대의 젊은 작가들 가운데 다시 사소설의 형식을 빌려 글을 쓰는 경우가 부쩍 많아지고 있는듯 했는데 확실히 분석해낼 수는 없는 일이지만 나는 그것이 어쩌면 참다운 문학성의 고갈 현상이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관찰과 현실의 묘사와 반추보다는 상상력에 기댄 이상의 현현쪽이 내겐 어쨌든 더욱 문학다워 보였던 것이다.문학의 한 문외한인 내가 그런 점에 대해 무슨 말을 한다고 누가 귀를 기울이겠는가마는 사소설이란 형식은 하나의 훌륭한 문학 작품이라는 관을 쓰기에는 어딘가 비어 보이는 점이 있어 보였다. 그것은 어쩌면 작가가 타는 막차같은 것은 아닐까. 비록 많은 아름다운 작품들이 사소설의 형태를 빌리고 있고,또 무거운 관념이나 사상을 받아 들이기 부담스러워 하는 현대의 독자들의마음을 끄는 점이 그 속에 있다고 하더라도.혹 사소설이라는게 더 이상 이 세계의 문제들을 고민하지 않고 진정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며 세계를 변화시켜 나가려는 이상이 없는 닫힌 작가들이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수단의 형식으로 삼는 것은 아닐까.
그런 점들을 극복하고 정말 아름다운 문학이 되려면 어떤 점이 극복되어져야할 것인가. 나는 어렴풋이 그런 생각들을 한 적이 있었다.
치열한 작가정신을 필요로 하는 작가도 아닌 주제에 들끓는 의문으로 글을쓰기도 전에 지겨운 탐색을 하고 있는 나를 의식하자 나는 기가 막혔다. 무엇을 쓰겠다고 나선 것만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그것도 함부로 쓰지는 못하겠다는 태도를 내세우다니. 아무래도 난 어딘가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생각을 하면서 나는 내가 쓰려고 했던 것이 본래 무엇이었던가를 되짚어 보았다.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맬땐 처음 길 떠나기 전의 위치로 돌아가는 것이낫다는 평범한 격언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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