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만만한 힘과 화려한 테크닉, 명징한 소리의 울림은 연주를 앞두고 건반앞에 앉은 피아니스트의 검은 실루엣과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14일 저녁 대구문예회관 대극장무대에 선 피아니스트 백혜선씨는 건반이 오케스트라의 교향악 울림만큼 위력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독주회로서는 보기 드물게 많은 8백여명의 청중이 숨소리를 낮추고 한곡한곡 끝날때마다 뜨거운 갈채를 보낸 이날 독주회에서 청중들은 건반위를 떠다니는 그의 손가락에서 분출하는 힘을 누구나 감지할 수 있었다. 그 힘은 청중들의 귓전에휘몰아치는 거센 바람소리로, 때로는 가슴 깊숙이 내려앉은 감성의 날을 불러일으키는 절제된 소리의 형식미로 표현될 만큼 다양한 음색의 변신이었다.웬만큼 뛰어난 연주가 아니고서는 좀체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는피아노 음악의 속성에 비춰볼때 백혜선씨의 베토벤과 브람스, 라벨과 리스트의 음악은 아직 서른이 채 못된 여성피아니스트가 머리로, 가슴으로 만들어내는 생기넘치는 소리로 객석을 흔들었고, 청중들을 실낱같은 긴장과 희열의 양극점으로 몰아가는 음악적 개성과 섬세한 감각은 명쾌한 음악철학이 그의 건반을 뒷받침하고 있음을 느끼게했다.세차례의 앵콜. 직접 곡명을 소개하며 한 곡씩 풀어내는 그의 모습에서 원숙한 음악적 경지가 멀지않았음을 예고했다.
이날 독주회는 무대위에서 혼신의 힘을 쏟는 연주자는 음악으로, 청중들은그에 답하는 박수갈채로 서로에게 커다란 위안을 준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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