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선인장이야기14

나는 내 글이 단지 넋두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막연한 바람을 가지고 요점정리를 하듯 내글의 성격들을 하나하나 규정해 보았다. 나는 내 글의 전체적인 윤곽을 잡아보며 전개 방향은 다소 유치하나마 작은 제목들을 붙여 도표로그려 보기로 하였다.내가 하려는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은 그해 여름이고 공간적 배경은 우리 가족이 지금껏 살아온 이 도시고 주인공은 나의 가족들이다, 나는 단정하듯이못박았다. 그러면 내가 하려는 이야기의 내용은, 주제는 뭔가? 장난스럽게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주제 운운하면서부터는 사뭇 진지해져 있었다.내용은 우리 사회의 여러 고정관념과 애매한 도덕성이 한 개인 개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개성적인 삶들을 파괴하거나 어렵게 하는 것, 주제는 진정한자유의 추구라고 해야 할까? 나는 어쩌면 제대로 형식을 갖추어서 혜수와 나와 나머지 가족의 이야기를 할수도 있을것 같아져 처음과는 달리 의욕이 넘쳤다.

그리고는 내글에서 여섯개의 소제목을 붙이기로 하였다. 월광, 열정, 전원,운명, 합창, 비창이 그것이었는데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와 교향곡 제목을그대로 붙인 것은 우리 가족의 이야기와 베토벤의 악곡들 사이에 유사한 점이 있었고 그 악곡들의 내용을 따라 이야기를 전개시킨다면 비교적 글이 방향을 잃지 않을것 같은 계산을 한 탓이었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모아가다 보니 내 글의 형식이 어떤 중대한 역사적, 사회적인 사건이나 조류와는 큰 연관이 없는데다 내 가족의 일을 비교적 있었던그대로의 일을 적어 나가리라는 점에서 {사소설}의 형태를 갖게 되는걸 피할수 없게 되고 말았다. 그 생각 끝에 사소설과 일인칭 시점의 소설을 어떻게구분할 것인가 하는 혼란이 잠시 일었다. 하나 사소설이든 일인칭 시점의 소설이든 그것은 사실을 허구로 만들거나 허구를 사실로 인식하여 글로 써 나가거나 둘중 하나인 이상 너무 규범에 얽매이거나 이러쿵 저러쿵 따질 건 없겠다 싶어졌다. 나는 자유 연상하듯 내 글을 써 나가리라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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