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속철기술 제대로 배워야

고속철도공단은 이번 협상결과를 {성공적 타결}이라고 발표했다. 공단이 성공적 타결이라고 자평한 것은 가격, 기술이전, 금융문제 등을 근거로 하고있다. 이중 가격과 금융문제는 성공적이라는 주장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가격은 알스톰측이 최종적으로 제시했던 것보다 2억7천만달러 가량 낮아진 것이며금융조건도 불측이 금융을 일으켜 전액을 조달하고 상환조건이나 이자 등도비교적 우리측에 유리하게 협의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는 경부고속철도 프로젝트의 수주를 둘러싸고 처음부터 일본, 독일 등이 치열한 경합을 벌여왔던 점을 감안할 때 칼자루를 쥔 우리측이 충분히 거둘 수 있으리라고 예상돼온 것들이다.기술이전과 국산화 분야의 경우에 대해서도 공단측은 TGV를 이미 수입한 스페인이나 네덜란드, 독일 등이 주축이 돼 건설한 구주통합선(파리에서부터 암스테르담까지 노선) 등에 비해 월등 좋은 조건이라고 밝혔다. 계약상 나타난조건들만 보면 공단측의 그같은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이기는 한다. 경부고속철도의 국산화율을 50%가량으로 잡아 궁극적으로 이 철도가 개통되는 2002년부터는 국내업체들이 똑같은 TGV를 제작 운용할 수 있도록 돼있다. 또 국내업체들이 기술을 완전히 이전 받을 수 있도록 기술이전이 되지 않았을 경우의 알스톰측에 대한 페널티 조항이나 기술전수를 위한 인원 배정 등의 조건이거의 완벽하게 합의서 내용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기술이전에 따른 문제는 서류가 아닌 실제 이행과정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컴퓨터 응용기술, 압력파 방지기술, 전력변환 및 제어기술, 종합설계기술등과 이를 통합 관리.운영하는 기술이 우리측이 배워야할 기술들이다.고속철도에 관한한 거의 백지상태인 국내 기술진이 이를 효율적으로 습득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강력한 주력사업자의 통제와 지원 아래 분야별 노력이이행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공단이나, 국내 차량 제작 3사나 모두 그같은 역할을 할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는 지난해말과 올해초 사이에 알스톰과 대우중공업이 주제작사 문제를놓고 벌인 법정 싸움의 과정에서 그 우려가 충분히 입증됐다. 알스톰이 주제작사로 선정한 현대정공과 대우중공업간의 알력은 기업의 속성상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공단측이 당시 문제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팔짱만 끼고 있던방관자적 태도는 정부도 아니고 민간도 아닌 어정쩡한 한국 공기관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지적됐었다.

알스톰측은 그 과정에서 의도했든 아니든, 한국의 주제작사 개념을 떨어내는데 성공했다. 우리측이 칼자루를 쥐고도 쓸 줄을 몰라 당한 케이스다. 그 결과로 현재 알스톰으로부터 기술을 받는 국내 업체는 제각각이 될 수밖에 없게됐다. 공단측이 주관기관으로서 국내 업체들이 업무분장을 조정해나간다고는하지만 이같은 전례로 미루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지 의문시되고 있다.

철도기술자들은, 현재 우리의 철도기술수준을 감안할 때 오는 2002년까지알스톰으로부터 각각의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서만도 범정부, 범업계 차원의공동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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