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생각은 없었어. 정말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어. 얼마나 아기가 귀여웠다고. 예뻤으니까-. 당신을 꼭 닮았거든. 하지만 아기보다 당신을 더 사랑했어. 그런데 당신은 가 버린다고 하고-. 다시는 못 만날 먼 곳으로 가 버리면키스도 못할거고, 날 꼭 안아 주지도 않을 거고-. 당신은 아기 때문에 날 미워했어. 차라리 아기가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고 했어. 아기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우리 사이가 전과 같았을 거라고 그랬어-.]정말 넋이라도 잃어 버린 것처럼 무너져 앉으며 혜수는 울먹이고 있었다. 그순간, 내겐 이 연극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우리와는다른 감수성을 가진 서구의 연극을 이만큼 괴리감이 없도록 만든 것부터가 예사롭지 않았고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우리말의 아름다운 리듬을 실은 대사도여간 아름답지 않았다. 적어도 이렇게 성실하게 만들기가 보기보다 쉽지 않다는 정도는 연극 보는 눈이 까다로운 편인 나도 잘 아는 일이었다. 그런데도이상하게 나는 마음 편하게 이 연극을 끝까지 지켜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한번 그런 기분이 들자 더 이상 혜수의 모습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필이면 육체적인 사랑을 갈구하는 농염한 {애비}의 역을 그토록 걸맞게 해내고있다는 점도, 연극을 하고 있는 모습이 평상시의 혜수와는 전혀 달라보인다는 점도 내게는 예사롭지가 않았다.
부쩍 외출이 잦고 외출을 하면 밤이 늦어서야 귀가하곤 했던 근래 두 서너달동안에 혜수는 한번도 연극에 관한 얘기를 한 적이 없었다. 나에게 연극 티켓을 내밀었던 것도 오늘 아침이었다. 평상시와 다를 것도 없는 약간 수줍어하는 태도로 조심스러워 하며 내밀었던 티켓과 팸플릿을 받고서도 나는 그저내게 좋은 연극을 하나 관람하라는 뜻이라고만 받아 들였다. 팸플릿을 찬찬히 살펴 보고 나서야 나는 혜수가 극단 {유진}에 속해 있다는 것과 이 연극의여주인공역을 맡았다는 걸 겨우 알았을 정도였다. 혜수가 속한 극단의 이름인 {유진}이 어떤 뜻으로 지어진 것인지조차도 나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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