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소설문학계에서 개성있는 소재와 문체미학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중견, 신인소설가들의 장편소설, 작품집이 잇따라 선보였다.이청준씨의 장편 {흰 옷}이 열림원에서 나왔고 신경숙씨의 첫 장편 {깊은 슬픔}과 윤대녕씨의 소설집 {은어낚시통신}이 문학동네에서 각각 출간됐다. 이들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한의 정서를 담고있다. 분단상황의 아픔, 세 남녀의운명적인 만남과 사랑의 슬픔, 일차적인 관계상황에 놓여있는 인간사이의 단절과 소외, 그로인한 허무의 심연이 문장속에 드러나 보인다. 그러나 각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절망과 비애의 두께는 작가적 체험의 깊이나 살아온 세월의 부피만큼이나 다양하며 일정한 층을 이루고 있다.전작장편인 이청준씨의 {흰옷}은 해방이후 이념의 대립이 극심하던 때를 배경으로 우리민족의 큰 아픔인 분단상황의 대립과 갈등을 따뜻하고 아름다운정서로 풀어낸 소설. 좌우익세력의 등락으로 어촌 작은 분교의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동요를 가르치기도 하고 혁명가도 가르쳐야 하는 상황을 맞고, 불타는학교와 홀연히 자취를 감춘 교사들, 그리고 반백년의 세월이 흐른다. 새로운세대들은 당시 망자들의 넋을 진혼하는 위령제를 지내고 버꾸풍물놀이로 한풀이를 올리는 흰 옷 입은 아이들... 작가는 이쪽이든 저쪽이든 이데올로기를초월하여 민족의 공통된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심성을, 대신 아파해주려는 한의 미덕과 본질을 작품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소설집{풍금이 있던 자리}이후 1년만에 신작을 내놓은 신경숙씨의 첫 장편{깊은 슬픔}은 한 여자가 짧은 생애동안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한 여자의 삶속에 운명처럼 겹치고 어긋나있는 두 남자, 상대에게 진정으로이해받지 못하는 고통과 비극성은 한 여자의 고독을 만들어내고 죽음을 선택케하는 불행으로 치닫는다. 차분하고 섬세한 어조로 풀어낸 이 이야기는 사랑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던 이들의 불행한 기록이나 사랑의 한 가운데서 열병을 치르는 모든 인간의 초상으로 읽혀진다. 10편의 단편을 묶은 윤대녕씨의소설집 {은어낚시통신}은 제각기 다른 세계에 속해있는 낯익은 타인들을 그리고 있다. 사막같은 삶을 사는 인물들의 단절과 소외를 밑그림으로한 각 작품들은 그러나 진정한 삶을 향한 거슬러 올라가기를 시도하는 인물들의 정신의탐색에 비중을 두고있다. 작가는 귀소, 영원회귀를 중심화두로 본래의 자기됨을 향해 돌아가는 등장인물들의 행위속에서 진실한 삶의 가능성을 발견하려고 애쓰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