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가 밤새 산에서 내려와 감자밭을 망쳐놓았을때 산골마을사람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횃불을 들고 빈양철통을 두드리며 밭을 지킬수밖에 없었다. 한전은 까치의 산란기인 요즘 까치집을 두고 까치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전사고의 큰원인이 전주위에 지은 까치집이기 때문이다. 털고 돌아 서 보면 까치들은 어느새 썩은 나뭇가지나 철사까지 물어다가 더 튼튼히 지어놓으니 땅을 칠 노릇이다. 제주 한라산국립공원의 관광명물로 자리잡은 야생노루가 5천마리로 불어났다. 2-3년전 한두마리가 처음 나타났을때는 주민들이 좋다고 먹이까지 주었으나 지금은 무리를 짓는데도 별로 그런 기색이 없다. 노루들이목초재배지로 내려와 쑥대밭을 만들고 관상수로 심어둔 동백나무 옥향나무까지 못살게해서 주민들의 얼굴은 울상이다.야생동물과 사람의 불편한 관계다. 공생이 원만하면 아무 탈이 없겠으나 문제는 양자간의 갈등에 있다. 더 근원적으로는 사람의 배타적욕심에 있다. 멧돼지나 까치나 노루나 말을 할줄안다면 그들은 물을것이다. 사람들은 어찌하여 우리의 삶터인 산중턱까지 올라와 감자밭을 만들고 고목이 빽빽이 섰던 숲을 없애버리고 그자리에 아파트를 짓고 콘크리트 전주를 세우며 뜯어먹을 풀밭조차 말뚝을 쳐서 못들어오게 하느냐고. 틀린 항변이 아니다. 사람들이 화를 내는것은 야생동물이 사람의 거주지역을 월경하고 침범했다는 것이지만 야생동물 쪽에서는 오히려 사람들이 무례하게 월경을 했다고 주장할것이다. 따지고 보면 사람이나 야생동물이나 원래부터 제터가있었을까. 아무 경계도 없이 한데 어울려 살았을 것이다. 그것이 오랜 자연이다.
그 좋은 자연환경을 오늘날같이 이렇게 숨한번 제대로 못쉬고 물한모금 마음놓고 마실수 없도록 만든것은 야생동물이 아니라 바로 사람이다. 세계인구는56억이다. 지금같은 증가추세라면 2010년에는 80억이 될것이라고 한다. 인구급증, 그리고 그에따른 급속한 산업화가 환경파괴를 가져왔다.**자정능력의 상실**
옛날에는 사람이 배설하는 폐기물이 힘안들이고 자정되며 무기물화되었으나오늘날은 그렇지 않다. 대량소비로 폐기물이 대량으로 쏟아져 자연의 자정능력이 감당을 못하고, 거기다 사람이 자연성분을 재합성하거나 추출함으로써자연상태에서 분해가 안되는 물질이 많아졌다. 쓰레기의 대량발생은 하천과호수에 부영양화현상을 가져와 어족의 사멸과 심한경우 무서운 공해병을 유발한다.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탄산가스 가운데 반은 수면또는 식물에 흡수되나 나머지 반은 대기중에 남아 쌓인다. 그것은 온실효과를 불러 기상이변을일으키고 자연생태계를 파괴한다.
**자생적 보전운동 활발**
환경오염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세계적 자각이 다름아닌 UN환경회의와 자생적 민간환경보전운동의 등장이다. GATT체제에 이어 내년1월 출범하는WTO(세계무역기구)가 산하에 {무역과 환경위원회}를 두어 환경과 무역을 연계시키겠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환경보전에 역행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일정한 제약을 가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이는 곧 그린라운드(GR.환경과연계하는 무역협의)의 시작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우리는 앞의 멧돼지와 까치와 노루와 같은 의문을 갖게된다.지금까지 환경을 이토록 심각하게 오염시킨것은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이아니라 바로 산업선진국이 아닌가. 자원과 에너지의 대량소비로 엄청난 환경파괴를 해놓고 이제와서 과거의 책임은 묻지 말고 앞으로 그 정화책임을 선.후진국 구별없이 다같이 나누어 갖자는 것인가. 그보다, 새로운 무역장벽을하나더 마련하겠다는 뜻은 아닌지.
진정한 환경보전은 사람이든 야생동물이든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무역이든뭐든욕심을 버리는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울타리 없이 한데 어울리는데서 얻어질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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