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총리{불편한 심기}드러낸 배경

21일 김영삼대통령과 이회창총리와의 주례회동이 주목된다.이총리가 전날 취임이후 가장 크게 화를 냈기 때문이다. 이총리는 이날 오전간부회의에서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는 그 회의결과를 {사전에 총리의 승인}을 받아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그는 북한 벌목공수용대책과 관련에서도내각차원의 최종결정도 있기전에 {정부고위당국자}의 이름으로 그 대책내용이 언론에 공표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하고 관계부처에 주의를 환기시키도록 지시했다.이총리는 간부회의직후 이영덕부총리겸 통일원장관, 한승주외무장관을 불러이같은 뜻을 강력 전달한후 오후부터는 일체의 외부접견을 받지 않았다. 총리측근들은 이같은 지시와 관련, 청와대를 의식해 톤을 낮추자고 두번이나 건의했지만 이총리는 이를 뿌리쳤다는 후문이다.

이는 이총리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원칙대로 철저히 행사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많은 생각끝}에 내놓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김대통령이 중국과 일본방문중 드러난 외교안보정책의 혼선을 바로잡는다는이유로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를 설치하도록 지시했을때 이 기구가 기존의 안보관계장관회의, 통일관계장관고위전략회의, 통일관계장관회의에 {옥상옥}이라는 지적과 함께 총리가 빠진 대신 대통령비서실장이 들어갔다는 사실에 눈길이 쏠렸다. 결국 이총리는 최근 두차례 열린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를 통해{특사교환조건철회}등 중요한 대북한정책변경과정에서 소외됐다. 이흥주총리비서실장이 두번째 회의에 참석은 했지만 배석하는 정도에 그쳤다.북한벌목노동자수용대책에 관해서는 실상이 충분히 확인되기도 전에 김대통령이 섣불리 수용불가방침을 밝혔다가 1주일만에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이총리는 이같은 결과가 청와대 측근들이 {정부고위당국자}라는 편리한 이름뒤에숨어서 대언론설명을 함으로써 대통령과 정부정책 모두에 불신을 주고있다고보고있는 것이다.

결국 이날의 지시는 다분히 대통령비서실을 겨냥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있다. 이때문에 이번 주례회동에서 이총리의 이같은 {지시}에 따른 대통령의 반응이 주목되는 것이다. 이총리는 그동안에도 몇몇 현안을 두고 청와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면서 불만을 토로해 왔었다.그럼에도 개선의 기미가 없자 내부적으로 조용히 할 수도 있는 지시를 언론에공표하는 적극적인 선택을 택한것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시각이다. 지난3월초관변단체에 대한 지원중단문제를 거의 이총리가 단독으로 결정, 발표한뒤 사전에 이를 알지못한 청와대와 안기부등에서 매우 못마땅하게 여겨온 여파도작용된것으로 보인다.

이총리의 심기는 우루과이라운드 최종이행계획서 수정파동으로 대국민사과를한 이래 거의 내내 편치않았었다. 그뒤 대북정책혼선, 사전선거운동의혹, 상무대공사특혜의혹, 영산강식수오염사태등 줄줄이 악재가 터지면서 취임이후신선한 느낌의 이미지가 [결국은 사과총리, 얼굴총리로 끝나는것 아니냐]는여론으로 변하는 분위기속에 고심이 적지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이총리의 이같은 공개적지시는 이같은 상황에서 분위기를 쇄신하는 동시에내각을 확실히 장악하고 정책상의 혼선이나 월권행위를 용납하지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며 {법대로}안될 경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결연함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이총리의 그같은 지시에 대해 일체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이지만 구태여 내부적으로 조용히 처리할수있는 문제를 공표하고 나선데는 불쾌한 모습을 감추지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총리가 율사출신이어서 정부조직법상 국무총리 직분에 대해 법률적 차원에서 자꾸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총리는 정치감각도 있어야한다]면서 [외교안보분야의 경우 대통령이 직접 챙겨왔던것이 관례]라고 불만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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