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바람직한 종교관계

**정신적 질서의 세계**한 나라의 성격을 파악하는 중요한 관점으로 국가와 종교의 관계를 들수 있다. 국가는 지상적질서인데 비해 종교는 천상적이라 하지는 않더라도 무언가세속과는 다른 정신적, 영원적 질서의 세계이다. 그러기에 국가는 아무리 권력이 강하더라도 범할 수 없는 정신의 영역, 곧 종교의 세계를 존중하고 보호해주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헌법적으로 종교의 자유와 정교의 분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종교자유, 정교분리의 원칙이 너무 광범위하고 추상적이어서 현실로 나타나는 복잡한 현상은 과연 이원칙에 맞는 것인지 분별하기가 쉽지 아니하다.

예컨대 성직자의 조세를 면제해주는 것이 오늘날의 상황에서 이 원칙에 부합되는 것인지, 종교단체에서 설립한 학교에서 특정 종교교육을 사실상 할수 없도록 학교교육을 평준화하는 교육정책이 합헌적인지 등등 많은 생각과 지혜를모아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가야 할 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그러기에 이런정교관계의 집적이 바로 그 나라의 특징을 이룬다는 것이다.**물질주의가 우위**

그런데 이 정교관계가 평화로울 때는 별문제가 아니지만 만일 두 세력 사이에 알력이나 긴장이 생기게되면 국가 전체적으로 중대한 문제가 야기된다. 이번 조계종 분규사건은 근본적으로는 종단의 내부문제이지만 그 배후에 국가권력이 개입되어있어 자칫하면 정교 관계의 본질에 관한 심각한 문제로 파급될기미마저 보인다. 물질주의를 가장 극복해야할 불교사찰에 왜 그렇게 크고비싼 석불상이 서야만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뿐 아니라 거기에 만일 국가의정신적, 재정적 지원이 있었다면 정교분리의 역행이요 부패의 상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국가가 위태롭고 불안할수록 종교가 득세한다는 사실도 부정할수 없는데, 불교든 그리스도교든 광신화, 무속화되어가는 현상도 국민적 차원에서 우려해야 할 현상이다. 종교계가 솔선해서 물질가치보다 정신가치의우위성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정반대로 더 물량화되고 있다면 종교자유가 아니라 종교부패이다. 기독교계도 화려한 성당.교회를짓고, 그것도 부족하여 일각에선 기독교재산보호를 위한 입법까지 추진한다는 소문이 들리는데 그것은위험한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바른 정교관계는 말할필요도 없이 국가는 국가대로 정의로운 통치질서가 되고 종교는 종교대로 내실있는 정신문화를 수립할 때 바람직한 관계로 성립된다. 어느 한쪽이 허점이나 잘못이 있을 때는 빈공간에 물이 흘러들듯 {보이지않는 벽}의 방둑이 무너진다.

**정치추파 막아야**

바람직한 정교관계를 위하여 제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 어느 종교나 상당한지식인과 물질적 기반을 갖고 있는데 한국의 종교들은 반지성화되어서 지식인의 역할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선거철이 되면 종교계의 표를 몰기위해 정치가 추파를 던지고 뒷거래를 하는데 이처럼 정치와 종교가 유리할 때는 유착하고 불리할 때는 성토하는 일종의애증관계로 된다면 성숙되지 못한 정교관계이다.

서양에서 발달된 콘코르다트(Konkordat, 정교협약)와 정책건의서(Denkschri특히 불교의 재정에 관하여는 승려독점에서 벗어나 합리적 이론에 기초한 집행에로 많은 연구가 기울여져야 한다.

우리는 더이상 정치와 국가가 불안하여 종교에 몰입하는 {종교화}의 현상도지양해야겠고, 종교의 과잉비대화로 이 사회가 막스 베버(Max Weber)의 표현대로 마술의 정원으로 되어서도 아니될 것이다. 건전한 종교는 지.정.의의요소를 골고루 함양시키는 종교이며, 이런 건전한 종교풍토와 민주적 정치가뿌리내릴때 바람직한 정교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갈길은아직 멀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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